Vertigo Records
필립스의 자회사로 시작한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1] 레이블.
1. 개요
버티고 레코드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과 사이키델릭 록 신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던 레이블이다. 1969년 필립스/포노그램(Philips/Phonogram)의 자회사로 설립되어 프로그레시브 록, 사이키델릭 록, 포크록, 하드록, 재즈록 등 비주류 음악 스타일을 전문적으로 발굴하여 당시 비슷한 포지션의 EMI의 하베스트(Harvest)나 데카의 데람(Deram) 같은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버티고는 독특한 스월(Swirl) 로고와 혁신적 앨범 패키징으로 컬트 팬덤과 레코드 수집가들 사이에서 전설적 위상을 지닌다.2. 설립과 초기 역사
1969년 런던에서 필립스 레코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올라브 와이퍼(Olav Wyper)의 주도로 설립되었다. 이때는 비틀즈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라는 핵폭탄을 투하한 직후로, 록 음악의 예술적·실험적인 경향이 한창 강해지던 시점이다. 와이퍼는 필립스가 기존의 팝 중심 레퍼토리로는 새로운 세대의 음악 팬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판단, EMI의 하베스트나 데카의 데람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 전문 레이블과 경쟁하기 위해 버티고를 창설했다.버티고의 첫 번째 발매작은 1969년 11월 발매한 재즈록 밴드 콜로세움(Colosseum)의 Valentyne Suite로, 이 앨범은 바로 흥행하여 버티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와이퍼는 젊은 A&R 담당자인 마이크 에버렛(Mike Everett)과 딕 레이히(Dick Leahy)와 협력해 새로운 밴드를 적극 발굴했는데, 공연을 통해 이미 팬덤을 구축해놓았던 밴드들을 주 타겟으로 삼았다.
1970년의 신문 기사. 사진에서 체크 셔츠를 입은 사람이 올라브 와이퍼.
3. 상징적인 스월 로고와 패키징
버티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독특한 스월(흑백 원형 패턴) 로고로, LP가 회전할 때 지켜보면 최면적 효과를 내는 디자인이었다. 스월 로고는 필립스의 아트 디렉터 린다 글로버(Linda Glover)와 마이크 스탠포드(Mike Stanford)가 이탈리아 팝 아트 작가 마리나 아폴로니오(Marina Apollonio)[2]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고, 1969년부터 1973년까지 사용[3]되었다. 이 로고는 버티고의 황금기(1969~1973, 일명 Swirl Phase)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남았다.버티고는 앨범 패키징에 혁신을 불러왔다. 와이퍼는 각 앨범을 예술 작품으로 보고, 게이트폴드(gatefold) 슬리브와 정교한 커버 아트를 적극 활용했다. 당시 게이트폴드 슬리브는 인기 아티스트들이 주로 사용했던 고급 패키징이었지만, 버티고는 신인 밴드들에게도 이를 적용해 차별화를 추구했다. 특히 마커스 키프(Marcus Keef)의 신비로운 사진 커버(블랙 사바스의 첫 두 앨범 등)와 로저 딘[4]의 상징적인 디자인(Ramases의 Space Hymns 6단 접이식 커버 등)은 버티고 LP를 음반 이상의 예술 작품으로 느껴지게 한다.
4. 주요 아티스트와 대표 앨범
버티고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포괄, 프로그레시브 록, 하드록, 포크록, 재즈록, 사이키델릭 록 등 다채로운 포토폴리오를 선보였고, 프로그레시브 록과 헤비메탈의 초기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버티고의 대표적인 아티스트와 그들의 주요 앨범은 다음과 같다.
-블랙 사바스: 헤비메탈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블랙 사바스는 설명이 필요없는, 버티고의 최대 성공작이다. 1970년 발매된 데뷔 앨범 Black Sabbath와 Paranoid는 헤비메탈의 기초를 닦았으며, Paranoid는 영국 차트에서 크게 성공했다.
-콜로세움: 재즈록과 프로그레시브 록을 결합한 밴드. 버티고의 첫 발매작인 Valentyne Suite (1969)로 레이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복잡한 구성과 즉흥 연주가 돋보이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초기 걸작들 중 하나.
-젠틀 자이언트(Gentle Giant): 복잡한 화성과 실험적인 구성으로 유명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1970년 Gentle Giant와 1971년 Acquiring the Taste는 버티고의 대표적인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
-유라이어 힙: 하드록과 프로그레시브 록의 경계를 넘나드는, 블랙 사바스와 함께 초기 헤비메탈의 발전에 기여한 밴드. …Very ’Eavy …Very ’Umble(1970) 등이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로드 스튜어트: An Old Raincoat Won’t Ever Let You Down(1970)과 Gasoline Alley(1970)를 버티고에서 발매하여 커리어 초기부터 성공. 이후 슈퍼스타로 도약.
-크레시다(Cressida):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Cressida(1970)와 Asylum(1971)은 오케스트라적 편곡과 긴 곡 구성을 보여준다. 상업적으로는 재미를 보지 못했으나
-제이드 워리어(Jade Warrior): 사이키델릭 록과 포크, 월드뮤직 요소를 결합한 독특한 사운드의 밴다.
-페어필드 팔러(Fairfield Parlour): 영국 포크록 밴드 칼레이도스코프(Kaleidoscope)가 폰타나 레코드를 떠나 버티고로 옮기며 개명한 밴드. From Home to Home(1970)은 사이키델릭 포크록을 유지하면서도 약간의 프로그레시브 요소를 강화.
이 외에도 버티고는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닥터 스트레인지리 스트레인지(Dr. Strangely Strange), 라마세스(Ramases), 패토(Patto), 뉴클리어스(Nucleus) 등의 아티스트를 발굴하며 음악적 다양성을 추구했다.
5. 스월 시대의 특징과 수집가치
버티고의 황금기인 스월 시대에 약 90개의 앨범이 발매되었다. 스월 로고가 새겨진 오리지널 프레싱 음반 대부분이 희귀품으로 일부 앨범은 수백만원대에 거래된다. 특히 닥터 Z(Dr. Z)의 Three Parts to My Soul, 벤(Ben)의 Same, 튜더 로지(Tudor Lodge), 크레시다, 카타필라(Catapilla)의 앨범들은 초판이 매우 희귀해서 현재까지도 수백만원대의 고가로 거래된다. 당시 버티고는 각 타이틀 초도로 약 1,000~1,500장을 생산했지만, 일부 앨범은 판매량이 저조하거나 수출로 인해 희소가치가 높다. 이러한 희소성과 독특한 음악, 고품질 패키징 덕분에 버티고의 스월 마크는 록의 블루 노트(Blue Note)로 비유되며,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버티고의 디자인 야심을 잘 보여주는 Tudor Lodge의 유일작(1971), 시완레코드에서 라이센스로 발매했었던 작품이다.
6. 상업적 성공과 한계
버티고는 블랙 사바스, 유라이아 힙, 로드 스튜어트 같은 아티스트들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다른 밴드들은 주로 컬트 팬덤에 머물렀다. 와이퍼는 예술적 품질을 중시하여 닥터 Z, 카타필라, 그레이셔스(Gracious!) 같은 실험적 밴드들을 지원했고 이런 모험은 잦은 상업적 실패로 이어졌다. 1973년은 스월 로고가 로저 딘의 스페이스십 로고로 바뀌면서 버티고의 독창성·실험성이 약화되는 전환점이었다. 상업적 성공의 압박과 필립스/포노그램(Philips/Phonogram)의 경영방침 변화에 따라 버티고는 대중적·상업적 레이블로 전환하게 되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버티고는 뉴웨이브, 펑크, 얼터너티브 록 같은 새로운 장르에 적응하지 못해 점차 쇠퇴했고, 1980년대에는 독립 레이블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유니버설의 하위 레이블로 운영되었다. 딥 퍼플, 씬 리지, 다이어 스트레이츠 같은 초대형 아티스트들을 통해 명맥을 유지했지만, 1988년 폴리그램이 유니버설 뮤직 그룹(Universal Music Group)에 흡수되면서 유니버설의 하위 레이블이 되었다. 현재 버티고는 독일에서 버티고/캐피톨(Vertigo/Capitol)로 운영되며, 람슈타인, 츠브르헤스(Chvrches), 헤르베르트 그뢰네마이어(Herbert Grönemeyer) 같은 현대 아티스트들을 보유하고 있다.[1] 버티고/캐피톨(Vertigo/Capitol), 2025년 기준)[2] 1940년생 이탈리아 화가. 산업 재료를 활용해 기하학적 형태와 색상을 조합해서 관람자의 시각적 인식에 동적이고 변동하는 환경을 창조하는 작풍이 특징이다. 특히 원형 패턴(동심원)과 반복적 기하학 형태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작품으로 유명하며 옵 아트 및 키네틱 아트 운동에 동참.[3] 1973년에는 로저 딘이 디자인한 스페이스십 로고로 교체.[4] 1944년생 영국 화가. 1960년대 후반부터 음반 커버 아트, 포스터를 그리기 시작했다. 예스와 아시아의 앨범 커버가 특히 유명하며 판타지 계열 서브컬처와 게임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