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5-10 21:06:11

하드자베



파일:Hadza_montage.png


하드자베(Hadzabe, Hadza)

탄자니아 북부의 에야시 호수(Lake Eyasi) 주변과 세렝게티 고원(Serengeti Plateau)에 거주하는 약 1,200~1,500명의 수렵채집인 집단.
유전학적으로 남아프리카의 산(San, 부시맨) 부족과 함께 인류의 가장 오래된 혈통 집단이다.


1. 기원 및 역사2. 인류 DNA 연구3. 언어: 하드자네(Hadzane)4. 사회구조 및 문화5. 생계와 생태적 적응6. 이웃 부족과의 관계7. 현대 문명의 영향


1. 기원 및 역사

하드자베족은 약 5만~7만 년 전 다른 아프리카인 집단과 분리된 후 독립적으로 발전했다. 에야시 호수 주변의 야에다 계곡(Yaeda Valley), 만골라(Mangola), 틀리카(Tli’ika) 등 건조한 사바나와 언덕이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데 이 지역은 약 1,000만 년 전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가 살았던 올두바이 협곡과 가까운 인류 진화의 중심지이다. 약 1만 년 이상 현재의 영토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유지해 왔고, 구전 역사에 따르면 기근을 겪은 기록이 없다고 하여 생태적 지식과 자원 관리 능력의 출중함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에도 농업 정착을 거부했다.
1897년 독일[1] 식민지 시기에 오토 뎀프볼프(Otto Dempwolff)와 에리히 옵스트(Erich Obst)가 이들의 생활상을 기록했고 이후 1930년대 루드비히 콜-라센(Ludwig Kohl-Larsen)이 하드자베 민속을 수집한 바 있다.

2. 인류 DNA 연구

인류 제노그래픽 프로젝트[2] 결과 하드자베족은 약 11.9만 년 전(95% 신뢰구간: 10.01만~13.82만 년) L0d와 L0a’b’f’k 하플로그룹이 분기된 시점에 근거하여, 초기 인류 집단과 연결된다.
  • 미토콘드리아 DNA(mtDNA): 하드자베족의 mtDNA는 주로 L0a(5%)로 구성되며, L0d와 L0f는 소량 존재. L0k 하플로그룹은 관찰되지 않는다. 이는 하드자베족이 L0k 분기(약 9.87만 년 전) 이전에 분리된 고대 혈통임을 시사하고, L0a는 더 최근(약 4.24만 년 전)에 획득되었을 가능성이 있음.
  • Y염색체 DNA: 하드자베 남성의 Y염색체는 B-M181(10.58만 년 전)과 B2-M182(10.06만 년 전) 하플로그룹을 포함하며, 이는 고대 아프리카 혈통과 일치.
  • 상염색체 DNA: 2018년 연구[3]는 하드자베와 산다웨족의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이들이 고대 아프리카 인구 구조를 반영한다고 결론냈다. 하드자베는 산족(Khoisan)과 언어적 유사성(클릭음)을 보이지만, 유전적으로는 별개의 조상 집단에서 기원했다. 하드자베와 산다웨 간 공유 변이(variants)는 없음.
  • 2012년 Cell 연구에서 하드자베와 산다웨의 유전 변이를 분석해 후각 수용체(olfactory receptors)와 면역 관련 유전자(MHC)가 환경에 적응했음을 확인했다. 하드자베는 산다웨나 산족과 달리 농경·목축 집단(요루바, 마사이 등)과 유전자 혼합이 적어 고대 혈통을 더 잘 보존하고 있다.

3. 언어: 하드자네(Hadzane)

하드자네는 클릭음(click consonants)[4]을 사용하는 구전 언어[5]로, 치음(|), 구개음(!), 측음(||) 등 세 가지 클릭음을 포함한다. 이는 사냥 중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전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드자네는 코이산 언어군과 유사성이 있지만, 상호 이해가 불가능하여, 현재는 언어 고립체(language isolate)로 분류되며 다른 언어와 독립적으로 발전했다고 여겨진다. 현재 약 800명만이 하드자네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스와힐리어를 배우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는 중.

4. 사회구조 및 문화

  • 평등주의: 철저한 평등주의(egalitarian) 사회로, 족장이나 계층적 지도자가 없다. 모든 결정은 토론과 합의로 이루어지며, 연장자에게 약간의 존경을 표하지만 나이와 성별에 따른 지위 차이는 미미하다. 여성은 남성과 거의 동등한 지위를 가지며, 높은 자율성을 누린다.
  • 캠프: 20~30명 규모의 캠프(bands) 단위로 생활하며, 베리 채집 시즌이나 가뭄 시에는 100~150명 규모로 모이기도 한다. 캠프 구성은 유동적이고 갈등 해결을 위해 개인이 자발적으로 다른 캠프로 이동하는 방식.
  • 공유 윤리: 음식, 도구, 소지품을 공동체 내에서 공유하고, 호혜(선택)가 아닌 도덕적 의무에 속한다. 사냥 결과물은 캠프 전체가 나누고 개인적 소유는 최소화한다.
  • 옷: 동물 가죽(임팔라, 딕딕)이나 천으로 만든 간단한 옷을 입으며, 여성은 구슬 장신구를 착용한다. 현대에는 스와힐리 상인에게서 얻은 헌 옷(티셔츠, 반바지)을 입기도 한다. 기타 장신구는 동물 가죽, 바오밥 섬유로 만든 장식을 주료 여성과 젊은이들이 착용.
  • 가족 구성 및 양육: 하드자베족은 모계·부계 혈통을 모두 추적하며, 거의 모든 부족원이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공동체 전체가 협력하여 양육하고 친모 및 다른 여성과 10대 소녀들이 아기를 함께 돌본다. 그러나 유아 사망률이 높고(약 20%), 15세 미만 사망률은 46%에 달한다.
  • 의례와 신앙: 가장 중요한 의례인 에페메 춤(epeme dance)은 보름이 없는 밤에 남녀가 분리되어 진행한다. 남성은 깃털 머리 장식과 종을 착용하고 춤을 추며, 조상이 참여한다고 믿는다. 하드자베족은 조직화된 종교, 주술사가 없으며, 기독교 개종 시도도 실패했다. 하지만 다른 부족의 주술이 하드자베를 저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냥 중 부상당한 동물의 이름을 직접 말하지 않는데, 동물이 회복해 도망칠 수 있다고 믿기 때문.
  • 일상: 계절과 자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 패턴은 다음과 같다.
    -아침(06:30~07:00): 캠프에서 불을 피우고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
    -오전(08:00~): 여성은 그룹으로 채집(뿌리줄기, 베리), 남성은 단독 또는 2인으로 사냥 또는 꿀 채집. 어린이는 놀이와 채집 병행.
    -오후: 채집한 음식을 캠프로 가져와 공유. 사냥이 실패하면 바오밥 열매나 채소를 채집하여 먹음.
    -저녁: 불 주위에서 이야기, 노래, 춤(에페메 춤 등)을 즐김. 건기에는 나무 아래, 우기에는 오두막에서 잠.

5. 생계와 생태적 적응

  • 농업이나 가축 사육 없이 수렵·채집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현대에는 약 300~500명만이 전통적 수렵·채집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나머지는 부분적으로 현대 경제(관광, 임금노동 등)에 참여한다.
  • 식단: 식물 섭취가 약 80%이며, 뿌리줄기(tubers), 베리, 바오밥 열매[6], 채소, 견과류, 씨앗 등이다. 사냥은 작은 영양(딕딕), 원숭이, 멧돼지, 임팔라, 큰 영양(일런드, 쿠두), 새, 벌 유충이며, 과거에는 코뿔소, 기린, 버팔로 등 대형 동물도 사냥했으나, 현재는 대형 동물의 개체수가 급감한 상태. 주요 칼로리원은 꿀인데, 꿀안내꾼새(Greater Honeyguide)와 공생 관계를 맺고 있어 하드자베 남성이 새의 지저귐을 따라 벌집을 찾으면 연기를 피워 벌을 진정시킨 뒤 꿀을 채취하며, 남은 밀랍을 새가 먹는다. 하드자베족은 균형 잡힌 식단으로 영양실조가 없으며, 이웃 부족(농경·목축)보다 건강한 편이다.
  • 수렵: 독화살(사막장미 독), 칼, 도끼를 사용. 하드자베족 활은 100파운드 장력이며, 화살촉은 인근의 다토가족(Datoga)과 교역해서 얻은 금속으로 제작한다. 새벽과 황혼에 주로 사냥하며, 나무 위나 물웅덩이 근처의 동물을 노린다. 사냥은 1~2인 단위로 수행하고, 성공률이 낮아 사냥에 실패하면 바오밥 열매나 베리를 채집하여 복귀한다. 전통적으로 사냥개를 활용하지 않았으나, 최근 일부 남성(20% 미만)이 이웃 부족의 관습을 차용해 사냥견을 동반.
  • 채집 : 여성들이 그룹으로 뿌리줄기, 베리, 채소를 채집하는데, 어린이도 5세부터 자신의 필요 칼로리 절반 가량을 채집한다. 채집 도구로 파는 막대기, 풀 바구니, 가죽 주머니를 사용.
  • 이동성: 계절에 따라 이동하며, 우기에는 나뭇가지와 마른 풀로 오두막을 짓고, 건기에는 큰 나무 아래에서 잔다. 캠프는 연평균 6회 이동하며, 질병, 사망, 갈등, 자원 고갈 시 이동한다. 달의 주기를 관찰해 시간을 파악하며, 달력이나 시계는 사용하지 않는다.

6. 이웃 부족과의 관계

  • 다토가(Datoga): 목축민, 건기에 하드자베족의 물웅덩이를 사용하므로 자원 경쟁이 발생한다. 과거 하드자베 여성을 납치하거나 가축을 두고 충돌했으나, 현재는 금속 화살촉 교역과 혼인으로 관계가 개선됨.
  • 이산주(Isanzu): 농경민, 19세기까지 하드자베족을 노예로 납치했고, 1912년에도 전쟁 위기가 있었으나 평화적 혼인과 동거로 관계 완화.
  • 수쿠마(Sukuma): 소금 캐러밴과 가축을 하드자베족 영토에서 이동시키며, 코끼리 사냥권과 금속류 도구를 교환.
  • 이라크(Iraqw): 약 2,000년 전 하드자베 영토로 이주한 목축민, 가축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음.

7. 현대 문명의 영향

  • 토지 상실 및 회복: 지난 50년간 농경민 및 목축민 유입, 국립공원 지정으로 영역의 75~90%를 상실. 특히 다토가와 바라바이그(Barabaig) 목축민의 침범이 심각하다. 2007년에는 탄자니아 정부가 하드자베 영토를 UAE 사파리 회사에 임대하려 했으나, 하드자베와 NGO의 캠페인으로 방어에 성공했다. 이후 2011년에는 5만7천 에이커의 공동 토지 소유권(CCRO)을 획득하고 2012년 추가로 9만 에이커를 확보했는데, 탄자니아 정부가 소수민족의 토지권을 처음으로 인정한 역사적 사건이다.
  • 관광: 사파리 관광, 사냥 관광으로 하드자베 영토를 침범하여, 알콜 중독과 질병(홍역, 결핵)이 유입되었다. 하드자베족 일부는 사냥 가이드로 활동.
  • 교육: 하드자베족을 위해 엔다마가(Endamagha) 초등학교가 설립되었으나, 현재 학생의 1/3만 하드자베족. 스와힐리어와 영어 교육의 가치를 인정하는 부족원도 있기는 하지만, 다수가 전통(채집, 사냥, 언어)을 우선시하고 학교 교육이 생존에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보건: 영양 상태가 좋지만 말라리아, 황열병, 결핵, 체체파리(수면병) 감염에 취약하고, 부상(골절, 뱀 피해), 설사, 호흡기 감염이 흔하다. 의료서비스 접근성은 당연히 낮고, 가장 가까운 병원(하이돔, 바라자니 지역)은 도보로 며칠이 걸린다. 하드자베족의 장내 미생물은 다양성이 높아 면역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고, 서구인에게 없는 미생물이 발견되어 주목받고 있음.
  • 문화적 동화: 스와힐리어 사용, 현대 의복(헌 옷) 착용, 마리화나 사용(다토가로부터 전파), 사냥 가이드 고용 등 현대적 요소가 점차 침투하고 있어서 사냥에 총기를 사용하려는 젊은 층이 생겨나는 등 전통적 생활 양식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1] 1870년대에 노예 무역 중단[2] 2005년 4월 13일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National Geographic Society)와 IBM이 주도하고 웨이트 재단(Waitt Foundation)의 자금 지원을 받아 시작된 비영리 유전 인류학 연구, 2019년 5월 31일 종료[3] Genome Biology and Evolution[4] 남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 일부 언어에서 사용되는 자음으로, 혀와 입천장 사이에서 날카로운 찰싹거리는 소리, 혹은 혀를 입안의 특정 위치에 대고 빨아들여서 내는 소리이다. 입안의 두 곳이 막혔다가 풀리면서 발생하며, 주로 코이산 언어에서 사용.[5] 문자 체계가 없으므로 부족의 역사, 신화 및 생존에 필요한 지식은 노래와 이야기로 전승한다.[6] 바오밥은 열매, 잎, 꿀 저장소, 약용 등 다용도로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