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원잠은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으로, 적의 탐지를 피해 기습적으로 탄도 미사일 공격을 수행한다. 오늘날 고도의 피탐지 기술과 핵 투발 수단으로 무장한 전략원잠 한 척은 사실상 핵 보유국 하나와 맞먹는 존재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설령 핵전쟁으로 상호확증파괴가 이루어져 더 이상 본토에서 전쟁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더라도, 수중에서 원자로를 이용해 장기간 잠수할 수 있는 전략원잠은 여전히 기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형 전략원잠에 탑재된 핵무기의 양은 그 규모 또한 어마어마하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현재 운용중인 SSBN인 오하이오급 잠수함에는 총 24개의 SLBM 발사관이 있는데, 여기에 탑재되는 트라이던트 II 미사일은 한 기당 100~475 kt에 달하는 W88 열핵탄두 최대 8~12발을 탑재하고 있다.[1] 이 잠수함 하나가 핵무기를 전탄발사하면 각각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2배 위력을 가진 핵탄두 192발이 적국의 주요 도시와 시설에 투하되는 것이다.
핵 전력의 개발 이후 줄곧 공군이 독점하던 핵 주도권을 해군이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물건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 공군은 전략공군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최첨단 군대라는 이미지와 함께 핵을 거의 독점하며 해군을 구시대의 군대인 것처럼 언플해 해체 직전에 가까운 상태까지 몰아넣는 데 성공했으나, 제독들의 반란과 6.25 전쟁으로 해군이 존재 가치를 다시 인정받아 기사회생한 데 이어, 이 물건의 등장으로 독점하던 핵 주도권까지 빼앗겨 전략공군사령부가 해체되고 모든 해공군의 핵병기를 통제하는 국직부대인 전략사령부가 창설되는 등 여러모로 굴욕을 맛봐야 했다.
심지어 영국은 냉전 종식후 모든 항공 투발 핵병기는 폐기하면서도 전략원잠과 SLBM만은 유지하기로 결정, 아예 핵 투발 수단을 해군이 독점하는 기이한 편제를 운용하고 있다. 어차피 핵전쟁이 벌어지면 영국본토는 소련 핵미사일에 깨끗하게 날아갈 테니까. 이와 대조적으로 프랑스는 냉전시기에 운용하던 핵탄두장착 MRBM과 지상발사사일로를 90년대에 폐기했지만 항공 투발 핵병기는 전략원잠에서 운용하는 SLBM과 함께 21세기에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은밀하게 장기간 잠항하며 매의 눈으로 전략초계에 힘쓰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운용의 특성상 탄도탄을 탑재한 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일 경우 애로사항이 꽃핀다. SLBM을 실전에 투입하는 것은 한 달 넘게 은밀한 전략초계에 나서서 미사일 공격 상태를 유지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