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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삼략/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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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사(文師)2. 영허(盈虛)3. 국무(國務)4. 대례(大禮)5. 명전(明傳)6. 육수(六守)7. 수토(守土)8. 수국(守國)9. 상현(上賢)10. 거현(擧賢)11. 상벌(賞罰)12. 병도(兵道)

1. 문사(文師)

육도의 도입부에 해당한다. 주 문왕의 스승이라는 뜻으로, 강에서 세월을 낚는 태공망을 만나 가르침을 묻는 대목이다.
어느 날 문왕이 사냥을 나가려고 하였다. 사관인 편이 점을 쳐보고 말했다.
“위수의 양지에서 사냥을 하시면 큰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용도 아니고, 이무기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니며, 곰도 아닙니다. 장차 공(公)이나 후(侯)가 될 만한 큰 인물을 얻을 징조입니다. 하늘이 왕께 스승을 보내어 보필하도록 하고, 삼대를 이어 돕게 될 것입니다.”
문왕이 물었다.
“점괘가 그렇게 좋게 나왔는가?”
사관이 대답했다.
“저의 조상인 사관 주가 순임금을 위하여 점을 쳐서 고요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번 점괘는 그에 비길 만합니다.”
문왕은 사흘 동안 목욕재계를 한 다음 사냥수레에 사냥용 말을 메고 위수의 양지쪽으로 사냥을 나갔다. 그곳에서 태공이 띠풀을 깔고 앉아 낚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문왕이 가까이 가서 물었다.
“낚시를 즐기시는군요.”
태공이 대답하였다.
“신이 듣기에, 군자는 자신의 뜻이 이루어짐을 즐기고 소인은 눈앞의 일이 이루어짐을 즐긴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제가 낚시질하는 .것은 그와 매우 비슷합니다. 낚시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닙니다.”
태공이 대답하였다.
“낚시에는 세 가지 권도가 있습니다. 미끼로 물고기를 취하는 것은 녹봉을 주어 인재를 취하는 것과 같고, 좋은 미끼를 쓰면 큰 고기가 잡히는 것은 후한 녹봉을 내리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충신이 나오는 것과 같으며, 물고기의 크기에 따라 쓰임이 다른 것은 인품에 따라 벼슬이 다른 것과 같습니다. 그 이치가 매우 깊어 그로 인하여 큰 것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왕이 물었다.
“바라건대 그 이치를 들려주십시오.”
태공이 대답했다.
“근원이 깊어야 강물이 흐르고, 물이 흘러야 물고기가 생기는 이치입니다. 뿌리가 깊어야 나무가 잘 자라며, 나무가 자라야 열매를 맺는다는 이치입니다. 군자는 군주와 뜻이 맞아야 가깝게 화합하며, 마음이 화합해야 일을 이룩한다는 이치입니다. 말로써 응대하는 것은 진정을 꾸며서 나타내는 것입니다. 진정을 말하는 것은 일의 지극한 것입니다. 이제 신이 진정을 거리낌 없이 말하려 합니다. 폐하께서는 그것이 싫으십니까?
낚싯줄이 가늘고 미끼가 또렷이 보이면 작은 고기가 이것을 물고, 낚싯줄이 튼튼하고 실하며 그 미끼가 향기로우면 중간치의 고기가 이것을 물고, 낚싯줄이 굵고 미끼가 풍성하면 큰 고기가 이것을 무는 것입니다. 대체로 고기는 그 미끼를 먹고 그로 인해 낚싯줄에 끌려오고, 사람은 그 녹을 먹고 그로 인하여 임금에게 복종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끼로써 고기를 낚으면 고기를 잡을 수 있고, 녹으로 인재를 모으면 천하 인재를 남김없이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사대부로써 나라를 취하면 쉽게 나라를 뽑아낼 수 있고 제후로써 천하를 취하면 쉽게 천하 일을 다 마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왕이 물었다.
“어떻게 민심을 배양하고 나라를 다스리면, 천하 만민이 귀속하여 복종하겠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에 삶을 이어받은 만민의 천하입니다. 그런 천하의 이득을 천하 만민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가진 군주는 천하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천하의 이득을 자기 혼자 독점하려는 자는 반드시 천하를 잃게 됩니다
하늘에는 춘하추동 네 계절이 있어 음과 양이 순환하고 그로 말미암아 대지에는 생산이 이루어져 재물과 보화가 있게 됩니다. 이 하늘의 시와 땅의 재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조금도 사심이 없는 것을 인(인)이라고 합니다. 인이 있는 곳에 천하의 인심은 돌아가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게 된 것을 건져주고, 재난을 당한 사람을 도와주며, 사람의 환란을 구제해 주고, 위급한 사람을 구원해 주는 것은 덕(德)입니다. 덕이 있는 곳에 천하 인심은 돌아가는 것입니다. 뭇 사람들과 시름을 같이 하고, 뭇 백성들과 즐거움을 같이 하며,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들이 미워하는 것을 미워하면 이것은 의(義)입니다. 의가 있는 곳에 천하의 인심이 쏠리게 됩니다.
모든 사람은 죽는 것을 싫어하고 사는 것을 즐거워하며, 덕을 좋아하고 이득을 따릅니다. 애써 사람을 살리며 사람을 부유하게 하려고 꾀하는 것을 도(道)라고 합니다. 도가 있는 곳에 천하의 인심은 귀의하는 것입니다.”
태공의 말을 다 듣고 난 문왕은 경의를 표하여 절을 하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당신은 점괘에서 말한 하늘이 나에게 보내 주신 분입니다. 내 어찌 하늘이 내리신 명령을 받들지 않겠습니까.”
그리하여 문왕은 태공을 자기 수레에 태워 함께 돌아가서 그를 스승으로 모셨다.

2. 영허(盈虛)

나라의 흥망성쇠의 원인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이 세상은 넓고 아득하여 한번 흥하면 한번 쇠하고, 한번 잘 다스려지면 한번 어지러워지는데, 그렇게 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 임금이 어질고 똑똑하지 못한 것이 같지 않아서입니까. 아니면 하늘의 시운의 변화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임금이 똑똑하지 못하면 곧 나라가 위태롭고 백성은 혼란하며, 임금이 어질고 훌륭하면 곧 나라는 편안하고 백성은 잘 다스려지는 것입니다. 화와 복은 임금에게 달려 있는 것이지 하늘의 시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문왕이 물었다.
“옛날 성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습니까.”
태공이 대답했다.
“옛날 요임금이 천하의 임금 노릇 한 것을 보면, 과연 상고의 어진 임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왕이 물었다.
“그 다스림은 어떠하였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요임금이 천하의 임금 노릇을 하실 적에는 금이나 은 또는 주옥으로 장식하지 않았고, 수놓은 비단이나 무늬 있는 비단옷을 입지 않고, 이상야릇하고 유별난 것을 보지 않고, 가지고 놀 기물을 보배롭게 여기지 않고, 음탕한 음악을 듣지 않고, 궁의 담이나 방을 백토로 칠하지 않고, 수키와며 서까래며 기둥은 조각하지 않고, 띠풀이 뜰에 우거져도 깎지 않고, 사슴 가죽으로 만든 옷으로 추위를 막고, 소박한 옷으로 몸을 가리고, 거친 쌀과 기장밥에 명아주나 콩잎국을 먹었습니다.
부역을 시킴으로써 백성의 밭 갈고 베 짜는 시간을 빼앗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다듬으며 뜻을 제약하여 백성의 일에 일절 간섭하지 않고,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지는 무위로 정치하셨습니다.
관리로서 충성되고, 정직하며, 법률을 잘 받드는 자는 그 직위를 높이고, 청렴결백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자는 그 녹을 두터이 하고, 백성으로서 효도하며 자애로운 자는 이를 공경하며 사랑하고, 농사하며 누에치기에 힘을 다하는 자는 이를 위로하여 힘쓰게 하였습니다. 선과 악을 분명히 구별하여 마을 입구의 문에 그것을 나타냈습니다.
마을을 평온하게 하고 예절을 바르게 하며, 법도로써 간사함과 거짓됨을 금하고, 미운 사람도 공이 있으면 반드시 상주며, 사랑하는 사람도 죄가 있으면 반드시 벌하였습니다. 세상의 홀아비나 홀어미, 고아나 홀로 된 노인을 보호하고 양육했습니다. 재난이나 초상난 집을 물건을 주어 도와주었습니다.
스스로 봉양함은 심히 박하고, 그 부역은 심히 적었습니다. 그러므로 만백성이 넉넉하고 즐기며, 굶주리고 떠는 기색이 없었으며, 백성이 그 임금을 해와 달처럼 받들며 그 임금을 어버이처럼 가까이 했습니다.”
문왕이 말하였다.
“현군의 덕은 참으로 위대하도다!”

3. 국무(國務)

나라의 가장 중요한 임무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원컨대 나라 다스리는 데 크게 힘써야 할 일을 들려주십시오. 임금을 존엄하게 하고 백성이 편안하게 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백성을 사랑하면 그만입니다.”
문왕이 물었다.
“백성을 사랑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것입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이롭게 하고 해롭게 하지 말며, 이루게 하고 실패하지 않게 하며, 살게 하고 죽게 하지 말며, 주어야 하고 빼앗지 말아야 하며, 즐겁게 하고 괴롭게 하지 말며, 기쁘게 하고 노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문왕이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그 내용을 풀어 설명해 주십시오.”
태공이 대답하였다.
“백성이 힘쓸 곳을 잃지 않으면 곧 이롭게 됩니다. 농사하는 데 때를 잃지 않으면 이루게 됩니다. 죄 없는 자를 벌주지 않으면 곧 살게 됩니다. 세금 거둠을 가볍게 하면 주는 게 됩니다. 궁실이나 전망대를 검소하게 하면 곧 즐겁게 됩니다. 관리가 결백하고 번거롭게 하지 않으면 곧 기쁘게 됩니다.
백성이 그 힘쓸 곳을 잃게 함은 곧 이를 해하게 하는 것입니다. 농사에 그 때를 잃게 하면 곧 이를 실패하게 하는 것입니다. 죄 없이 벌하면 곧 이를 죽게 하는 것입니다. 세금을 과중하게 거두면 곧 뺏는 것이 됩니다. 궁실이나 전망대를 많이 지어 백성을 힘들게 하면 곧 괴롭히는 것이 됩니다. 관리가 부패하고 가혹하며 번거로우면 곧 노하게 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나라를 잘 다스리는 군주는 백성 부리기를 꼭 어버이가 자식 사랑함과 같이 하며, 형이 아우 사랑함과 같이 합니다. 그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림을 보고는 곧 그를 위해 근심하고, 그 수고로움과 괴로움을 보고는 곧 그를 위하여 슬퍼합니다. 상과 벌은 자신의 몸에 가함과 같이 하며, 세금 거두기는 그 자신에게서 취함과 같이 합니다. 이것이 백성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4. 대례(大禮)

군주와 신하 사이의 예의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임금과 신하의 예는 어떠해야 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임금으로서는 오직 굽어볼 따름이며, 신하로서는 오직 침착할 따름입니다. 굽어보되 멀리함이 없으며, 침착하되 숨김이 없어야 합니다. 임금이 되어서는 오직 골고루 미치게 할 따름이며, 신하되어서는 오직 정하여진 대로 할 따름입니다. 골고루 미치게 하는 것은 하늘을 본받음이요, 정하여진 대로 하는 것은 땅을 본받음입니다. 하나는 하늘이요, 하나는 땅입니다. 따라서 대례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문왕이 물었다.
“임금의 몸가짐은 어떠해야 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평안하고 찬찬하며,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절제가 있어 먼저 안정되어야 합니다. 잘 베풀고 다투지 말며, 마음을 비우고 뜻을 고르고, 사람을 대함에 바르게 해야 합니다.”
문왕이 물었다.
“임금의 들음은 어떠해야 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망녕되게 허하지 말며, 거스르고 막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허하면 곧 지킴을 잃고, 이를 막으면 곧 닫혀 막힙니다. 높은 산은 이를 우러러도 정복할 수 없으며, 깊은 물은 이를 헤아려도 잴 수 없습니다. 신통하고 밝은 덕은 바르고 조용하여 그의 지극함입니다.”
문왕이 물었다.
“임금의 밝음은 어떠해야 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눈은 눈밝음을 귀히 여기고, 귀는 귀밝음을 귀히 여기고, 마음은 지혜로움을 귀히 여깁니다. 천하의 눈으로써 보면 보이지 않음이 없고, 천하의 귀로써 들으면 들리지 않음이 없고, 천하의 마음으로써 생각하면 알지 못함이 없습니다. 바큇살처럼 한데 쏠려 나란히 나아간다면 곧 밝음이 가려지지 않습니다.”

5. 명전(明傳)

군주의 도리
문왕이 병상에 누운 지 닷새가 되자 태공망을 부른 후, 태자 발을 곁에 두고 말하였다.
“하늘이 나를 버리려 하니, 주나라 사직을 장차 너에게 맡기려 한다. 이에 스승 삼아야 할 지극한 도의 말씀을 자손에게 분명히 전하고자 한다.”
태공이 말하였다.
“임금께서 묻고자 하시는 바가 무엇입니까.”
문왕이 말하였다.
“옛 성현의 도의 그 그치는 바와 그 일어나는 바를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선함을 보고도 게을리하며, 때가 이르러도 의심하며, 그름을 알고도 가만히 있는 것, 이 세 가지는 도가 그치는 것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조용하고, 공손하면서도 존경하고, 강하면서도 약하고, 참으면서도 굳센 것, 이 네 가지는 도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의로움이 욕심을 이기면 곧 창성하고, 욕심이 의로움을 이기면 곧 망합니다. 공경함이 업신여김을 이기면 곧 길하고, 업신여김이 공경함을 이기면 곧 멸망합니다.”

6. 육수(六守)

인재 등용과 경제 정책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나라의 임금이며 백성의 주인인 자가 이를 잃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더불어 하는 바를 삼가지 않는 까닭입니다. 인군(仁君)에게는 여섯 가지 지킴과 세 가지 보배가 있습니다.”
문왕이 물었다.
“여섯 가지 지킴이란 무엇입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첫째는 어짊이며, 둘째는 의로움이며, 셋째는 충성됨이며, 넷째는 믿음이며, 다섯째는 용맹스러움이며, 여섯째는 지모입니다. 이를 육수라 합니다.”
문왕이 물었다.
“육수(六守)를 가려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이를 넉넉하게 하여 예절을 범하지 않는가를 보고, 이를 귀하게 하여 혹여나 교만하지는 않은지 보고, 이를 관직에 두어 그 옮김이 없는가를 보고, 이를 부리어 그 숨김이 없는가를 보고, 이를 위태케 하여 그 두려움이 없는가를 보고, 이에 일을 시켜 그 궁함이 없는가를 봅니다.
이를 넉넉하게 하여 범치 않는 자는 인(仁)입니다.
이를 귀하게 하여 교만하지 않은 자는 의(義)입니다.
이를 관직에 두어 옮기지 않는 자는 충(忠)입니다.
이를 부리어 숨김이 없는 자는 신(信)입니다. 이를 위태케 하여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용(勇)입니다.
이에 일을 시켜 궁하지 않는 자는 모(謨)입니다.
인군은 세 가지 보배를 남에게 빌려주어서는 안 됩니다. 남에게 빌려주면 곧 임금은 그 위력을 잃습니다.”
문왕이 말하였다.
“세 가지 보배가 무엇입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농업, 공업, 상업, 이것들을 세 가지 보배라 합니다. 농업은 그 마을에 있어 이를 오로지 하면 곡식이 풍족하고, 공업은 그 마을에 있어 이를 오로지 하면 기물이 풍족하고, 상업은 그 마을에 있어 이를 오로지 하면 재화가 풍족합니다. 세 보배가 각각 그 있을 곳에 안존하면 백성은 이에 근심이 없고 그 마음이 어지러움이 없으며, 그 씨족이 어지러움이 없게 됩니다. 신하가 임금보다 부유할 리 없고, 도읍이 국도보다 클 리 없습니다. 육수가 성장하면 임금이 창성하고, 삼보가 온전하면 그 나라가 편안한 것입니다.”

7. 수토(守土)


영토를 지키는 법, 주로 권력과 외교에 대한 내용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강토(疆土)를 지키려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태공이 말하였다.
“그 친척을 멀리하지 말며, 그 민중을 게으르게 하지 말며, 그 좌우를 쓰다듬으며, 그 사방을 다스리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 권력을 빌려주지 말아야 합니다. 나라 권력을 빌려주면 그 권력을 잃게 됩니다. 골짜기를 파서 언덕에 붙여서는 안 됩니다. 근본(根本)을 버리고 지엽(枝葉)을 다스려서는 안 됩니다. 한낮에 빨래를 말려야 합니다. 칼을 잡거든 반드시 갈라야 합니다. 도끼를 잡거든 반드시 베어야 합니다. 한낮에 말리지 않는 것을 때를 잃는다고 합니다. 칼을 잡고도 가르지 않으면 이로운 시기를 잃습니다. 도끼를 잡고 베지 않으면 적이 장차 도발하여 올 것입니다.
졸졸 흐를 때 막지 않으면 장차 강하를 이룹니다. 빛을 발할 때 구하지 않으면 타올라 어찌할 수 없게 됩니다. 떡잎 때 따내지 않으면 나중에는 도끼를 써야 합니다. 따라서 인군은 반드시 일마다 부(富)를 따라야 합니다. 부하지 못하면 그로 인하여 인을 이루지 못합니다. 베풀지 못하면 그로 인하여 친족을 모아 거두지 못합니다. 그 친족을 멀리하면 해로우며, 그 무리를 잃으면 패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이기를 빌려주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면 그 사람으로 인하여 해를 입게 되어 그 대를 제대로 마치지 못합니다.”
문왕이 물었다.
“무엇을 인의라 하는 것입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그 무리를 공경하고, 그 친족을 모아 거두어야 합니다. 그 무리를 공경하면 화합하고, 그 친족을 모아 거두면 기뻐하는 것입니다. 이를 인의의 기강이라 이릅니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의 위엄을 빼앗도록 하지 마십시오. 그 밝음으로 말미암아 그 상도에 따라야 합니다. 따르는 자는 이를 맡김에 덕으로써 하고, 거스르는 자는 이를 끊음에 힘으로써 합니다. 이를 공경하고 의심치 않으면, 천하가 화합하고 복종할 것입니다.”

8. 수국(守國)


나라를 지키는 법, 주로 민생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나라는 어떻게 지켜야 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재계하십시오. 임금님께 천지의 이치와 사시의 생하는 바와 인성의 도와 백성의 마음이 움직이는 정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문왕이 7일 동안 재계를 하고 나서 스승에게 절하며 이를 물었다.
태공이 말하였다.
“하늘은 사시(四時)를 낳고, 땅은 만물을 낳습니다. 천하엔 백성이 있으며, 어진 성인이 이를 다스립니다. 그러므로 봄의 도는 생하여 만물이 성하며, 여름의 도는 자라서 만물이 이루며, 가을의 도는 거두어 만물이 가득 차며, 겨울의 도는 감추어 만물이 고요하게 됩니다. 차면 곧 감추고, 감추면 곧 일어납니다. 그 그치는 바를 알지 못하며, 그 비롯되는 바를 알지 못합니다. 성인이 이를 짝지어 천지의 경과 기로 삼았습니다.
그러므로 천하가 잘 다스려지려면 어진 성인은 감추어지고, 천하가 어지러우면 어진 성인이 나타납니다. 지극한 도는 그러한 것입니다. 성인이 천지 사이에 있으면, 그 보배로움은 진실로 큽니다. 그 상도(常道)를 따라서 이(정치)를 본다면, 백성은 편안합니다. 대체로 백성이 움직여 기틀을 이루고, 기틀이 움직여 득과 실을 다투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를 행함에 그 힘으로써 하고, 이를 모아 거둠에 그 덕으로써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부르면 천하가 이에 화하게 됩니다. 지극하면 그 상도로 되돌아갑니다. 나아가며 다투지 말아야 하며, 물러나며 사양치 말아야 합니다. 나라 지킴이 이와 같으면 천지와 더불어 빛을 함께 할 것입니다.”

9. 상현(上賢)


현명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법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백성의 임금으로서 누구를 위로 모시고 누구를 아래로 하며,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리며, 어떤 것을 금하고 어떤 것을 그치도록 해야 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어진 이를 위로 모시고 불초한 이를 아래로 하며, 성실함과 믿음을 취하고 거짓됨을 버리며, 난폭하고 어지러움을 금하며 사치를 그쳐야 합니다. 그러므로 인군 되는 이에게는 여섯의 적과 일곱 가지 해로움이 있습니다.”
문왕이 말했다.
“원하건대, 그 도리를 들려주십시오.”
태공이 말하였다.

“여섯 적이라 하는 것은

첫째로, 신하로서 크고 호화로운 저택에 연못과 정자를 짓고, 놀며 구경하고, 기생들과 즐기는 자 있으면 왕의 덕을 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백성으로서 농사와 누에치기에 힘쓰지 않고, 기운만을 믿어 놀고 호협하며, 법과 금기를 범하고 문란케 하며, 관리의 이끎에 쫓지 않는 자는 왕의 교화를 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셋째로, 신하로서 당파를 맺으며, 어짊과 지혜로움을 가리며, 임금의 밝음에 장애가 되게 하는 자 있으면 왕의 권위를 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넷째로, 선비로서 뜻을 거스르며, 절의를 뽐내며, 그로 기세를 이뤄 밖으로 제후와 사귀고 그 임금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자 있으면 왕의 위엄을 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다섯째로, 신하로서 벼슬과 지위를 가벼이 여기며, 직무를 낮추보며, 임금을 위하여 난에 뛰어듦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는 자 있으면 공신의 노고를 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여섯째로, 강한 문벌로써 가난하고 약한 자를 침범하고 빼앗으며 깔보고 업신여기는 자는 서민의 생업을 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일곱 가지 해로움이라는 것은

첫째로, 지략이나 권모가 없는데도 그에게 상을 후히 내리고 벼슬을 높이 주는 일입니다. 이렇게 하게 되면 강하고 용기 있으며 전쟁을 가벼이 여기는 자는 밖에서 이를 구하게 됩니다. 임금은 이러한 자를 경계하여 장군으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로, 이름은 있으나 실지가 없으며, 나가고 들어옴에 말을 달리하고, 선함을 가리고 악을 받들며, 나아가고 물러남에 기교를 부리는 자에 대해서 임금은 경계하여 더불어 꾀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로, 그 몸을 순박하게 하며, 그 옷을 남루하게 하며, 일이 없다 이야기하면서 이름을 구하며, 욕심이 없다고 말하면서 이를 구하는 자 있으니, 이는 거짓된 사람입니다. 임금은 이를 경계하여 그를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합니다.
넷째로, 그 관과 띠를 기괴하게 하며, 그 의복을 훌륭하게 하며, 널리 아는 체 말하며, 헛되고 뽐내는 의논을 하여 모양을 꾸미며, 조용한 곳에 숨어 있으면서 시대와 풍속을 비방하는 자 있으니, 이는 간사한 사람입니다. 임금은 경계하여 이를 총애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섯째로, 아첨하고 참소하여 구차히 얻고자 하며, 관작을 구하며, 과감하여 죽음을 가벼이 하는 체하며, 녹봉을 탐내면서도 큰일을 도모하지 못하고, 이로움을 탐내어 움직이며 거짓되고 뽐내는 말로써 임금을 기쁘게 하는 자는 이를 경계하고 부리지 말아야 합니다.
여섯째는, 무늬를 새기고 조각을 박으며, 솜씨 있는 세공을 하며, 화려한 장식을 하여 농사를 방해하는 따위의 일은 임금은 이를 반드시 금해야 합니다.
일곱째는, 거짓된 방술과 기괴한 기예며, 무당이나 박수, 부정된 도, 불길한 예언들은 양민을 현혹하는 것입니다. 임금은 반드시 이를 금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백성으로써 힘을 다하지 않는 자는 나의 참된 백성이 아닙니다. 선비로서 성실과 신의가 없는 자는 참된 나의 선비가 아닙니다. 신하로서 충성되게 간하지 않는 자는 참된 신하가 아닙니다. 관리로써 공평하고 결백하며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참된 나의 관리가 아닙니다. 재상으로서 나라를 넉넉하게 하고 군대를 강하게 하며, 음양을 조화시키어 만승의 천자를 편안케 하며 여러 신하를 바로잡으며 명성과 실지가 마땅하게 하며, 상벌을 분명히 하며, 만민을 안락하게 하지 못하는 자는 참된 재상이 아닙니다.
대체로 왕자(王者)의 도는 용의 머리와 같은 것입니다. 높게 있어 멀리 바라보며, 깊게 보고 자상히 들으며, 그 모습을 보이며, 그 감정을 숨깁니다. 하늘이 높아 극할 수 없음과 같으며, 못이 깊어 측량할 수 없음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노해야 할 일을 노하지 않으면 간신이 일어납니다. 죽여야 할 것을 죽이지 않으면 큰 도적이 일어납니다. 병마의 세력을 떨치지 않으면 적국이 강성해집니다.”
문왕이 말하였다.
“정말 그렇습니다.”


10. 거현(擧賢)

인재를 등용하는 방법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군왕이 어진 이를 등용하려 힘써도 그 공을 얻을 수 없으며, 세상 어지러움이 점차 심해져서 드디어 위급하여 멸망하게 되는 것은 어찌하여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어진 이를 등용하여도 쓸 수가 없는 것은, 어진 이를 등용한다는 명분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그 어질다는 이가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왕이 말하였다.
“그 과실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그 과실은 임금에게 있습니다. 임금이 세속 사람들이 칭찬하는 자를 등용하기를 좋아함으로 인하여, 진정으로 어진 이는 얻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문왕이 물었다.
“어떤 뜻의 말씀이십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임금이 세속 사람들이 칭찬하는 자를 어진 이라고 하고, 세속 사람들이 헐뜯는 자를 똑똑하지 못한 이라 하면, 당파가 많은 사람은 승진하며 당파 적은 사람은 배척당합니다. 이렇게 되면 사악한 무리들이 패를 지어 어진 이를 덮어 가리고, 충신은 죄 없이 살해되고, 간신은 거짓된 명예로써 벼슬자리를 얻게 됩니다. 그리하여 세상 어지러움은 점차 심해지고, 나라는 위태롭고 급기야 멸망을 면치 못하는 것입니다.”
문왕이 물었다.
“어진 이를 들어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장군과 재상은 그 직무를 나누어서 각각 관명으로 사람을 천거하고, 임금은 그 관명에 비추어 그 실제를 감독하고, 인재를 가려 쓰며 능력을 살펴보아 실제가 그 관명과 마땅하게 하고, 그 관명이 실제와 마땅하게 하면 어진 이를 들어 쓰는 도를 얻는 것입니다.”

11. 상벌(賞罰)

포상과 처벌의 원칙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상은 권장하기 위한 것이며, 벌은 징계하기 위한 것입니다. 나는 하나를 상주어 백을 권장하고, 하나를 벌주어 많은 사람을 징계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무릇 상을 내리려면 바르게 함을 중요하게 여기고, 벌을 주려면 용서 없음을 중요히 여깁니다. 상을 바르게 하고 벌을 용서 없이 반드시 행하는 것을 귀과 눈으로 직접 듣고 보는 곳에서 행하면 직접 듣고 보지 못하는 경우의 사람도 암암리에 감화되지 않음이 없을 것입니다. 대체로 성심은 천지에 사무치고 신명에게 통하는 것입니다. 하물며 사람에게 있어서야 말할 나위도 없는 것입니다.”

12. 병도(兵道)

용병술의 원리
무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용병의 도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대체로 용병의 도는 일원(일원)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일원적인 것은 능히 혼자 가며 혼자 올 수 있는 것입니다. 황제(黃帝)께서도 일(일)이라는 것은 도로 나아가는 계단이며, 신에 미침에 가까운 길이라 하셨습니다. 일을 쓰려면 기회를 잘 타야 하며, 일을 나타내려면 기세를 올려야 하며, 일을 성취하려면 임금의 신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성왕은 군대를 일컬어 흉기라 하였으며 부득이할 때에만 이를 썼습니다. 지금 상왕은 나라가 편안함만 알고 멸망할 줄은 모르며, 즐거움만 알고 재앙 있을 줄은 모릅니다. 무릇 편안함은 절로 편안한 것이 아니고 멸망을 염려하기 때문에 편안한 것입니다. 즐거움은 절로 즐거운 것이 아니고 재앙을 염려하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임금은 이미 그 근원을 염려하시니 어찌 그 끝을 근심하겠습니까.”
무왕이 물었다.
“두 군대가 서로 만나 그도 오지 못하고 나도 가지 못하며, 서로 굳게 방비를 갖추고, 감히 먼저 도발치 못할 때, 내가 이를 습격하고자 하여도 이를 얻지 못할 때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겉으로는 어지러우나 속은 정비되고, 굶주림을 보이며 실은 배부르고, 안으론 정병이면서 밖으론 둔병인 체 하고, 혹은 합하며 혹은 떨어지게 하고, 혹은 집합하며 혹은 분산시키고, 그 꾀하는 걸 숨기고 그 기밀을 지키고, 그 보루를 높게 하고, 그 정예부대를 잠복시키고 고요하게 하여 소리 없는 듯이 하면, 적은 나의 방비하는 곳을 모를 것입니다. 그 서쪽을 치려거든 그 동쪽을 습격하십시오.”
무왕이 말하였다.
“적군이 아군의 사정을 탐지하고, 아군의 꾀를 안다면 이럴 때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군대가 승리하는 방법은 적군의 기밀을 몰래 살피며, 신속히 그 이로움을 타며, 또 급히 그 불의를 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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