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5-11 21:27:11

스트라솔름 정화


1. 개요2. 번역3. 작중 묘사
3.1. 워크래프트 3 - 인간 캠페인3.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옛 스트라솔름3.3. 소설 - 리치 왕의 탄생
4. 아서스에 대한 평가
4.1. 반론4.2. 우서와 제이나의 권한 문제
5. 역병의 해결책은 있었나?6. 여담


The Culling of Stratholme

1. 개요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사건으로, 로데론 왕국의 대도시 스트라솔름역병이 퍼진 것을 안 아서스 메네실이 스트라솔름 주민의 학살을 명한 사건이다. 역병에 감염된 자는 언데드가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으니 그 전에 미리 처단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우서제이나는 반발하며 자리를 떠났고, 아서스 메네실은 말가니스보다 한 발 앞서 주민들을 학살하게 된다.

2. 번역

culling의 사전적 의미는 "솎아내기"로, 대개 야생동물의 수가 급증하거나, 우수한 종자를 남기려고 하거나, 감염 동물을 제거하는 등 동물의 수를 줄이는 행위를 말한다. 본 사건 역시 역병에 걸린 사람을 솎아냈다는 점에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역병 감염자를 없앤다는 의미에서 '정화'(purge)라고 번역할 수도 있겠고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 하스스톤(시간여행자 크로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연대기에서는 이 번역어를 택하고 있다.[1] 조류독감, 구제역 등 동물 감염병의 처리를 생각하자면 '살처분'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겠다. 물론 이러한 행위를 사람한테 했다는 점에서 '학살'로 번역해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3. 작중 묘사

3.1. 워크래프트 3 - 인간 캠페인

파일:Chronicle3_Arthas_in_Stratholme.j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연대기 - 스트라솔름 정화
워크래프트 3 인간 캠페인의 6번째 장이다. 장 제목도 'The culling'으로 동일하다.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에서는 '정화'로 번역되었다. 상술했듯 '정화'는 'culling'이라는 단어의 직역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아래 대사를 보면 '정화'로 해석될 만한 purge라는 단어도 사용하고 있어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스트라솔름에 도착한 아서스는 주민들이 오염된 곡물을 먹은지 오래고 이들이 머지않아 언데드가 될 운명이란 것을 깨닫는다. 아서스는 우서에게 주민들이 언데드가 되기 전에 도시 전체를 불태워서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깜짝 놀란 우서는 아서스의 계획에 반대하며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아서스를 설득하지만 아서스는 막무가내로 자신에게 반대하는 것을 반역으로 간주한다며 왕위 계승권자의 이름을 앞세워 우서와 그의 성기사들을 직위해제시키고 독단으로 작전을 진행한다.
아서스: 드디어 나타나셨군, 우서.
Glad you could make it, Uther.

우서: 말 조심하게 젊은이. 자네가 비록 왕자일지언정, 나는 성기사로서 자네 상관일세!
Watch your tone with me, boy. You may be the prince, but I'm still your superior as a paladin.

아서스: 어찌 그걸 잊겠습니까. 잘 들으세요, 우서. 역병에 대해 얘기할 게 있습니다.
As if I could forget. Listen, Uther, there's something about the plague you should know.

(이미 역병에 감염된 주민들을 확인한 아서스)

아서스: 안 돼... 너무 늦었어, 사람들이 모두 감염되어 버렸군! 지금은 괜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언데드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Oh no. It's too late. These people have all been infected. They may look fine now, but it's a matter of time before they turn into the undead.

아서스: 도시 전체를 쓸어버려야 합니다.
This entire city must be purged.

우서: 뭐라고?[2]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다른 방법이 있을 걸세.
What? How can you even consider that? There's got to be some other way![3]

아서스: 닥치시오, 우서! 미래의 왕인 내 명에 따라, 이 도시를 정화하시오!
Damn it, Uther. As your future king, I order you to purge this city.

우서: 자넨 아직 내 왕이 아닐세! 설령 왕이었다 한들 그런 명령은 따를 수 없네!
You are not my king yet, boy. Nor would I obey that command if you were!

아서스: 명을 따르지 않는다면, 반역으로 받아들이겠소.
Then I must consider this an act of treason.

우서: 반역이라고? 자네 미쳤나, 아서스?
Treason? Have you lost your mind. Arthas?

아서스: 내가? 우서 경, 정당하고도 확고한 내 왕위 계승권에 따라 명한다. 지금부터 그대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그대의 성기사들에게 근신 조치를 내리노라.
Have I? Lord Uther, by my right of succession and sovereignty of my crown, I hereby relieve you from your command and suspend your paladins from service.

제이나: 아서스! 그렇게 멋대로...
Arthas, you can't just...

아서스: 그만! 이 땅을 구할 용기가 있는 자는 나를 따르라! 그렇지 않다면...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It's done! Those of you who have the will to save this land, follow me. The rest of you... get out of my sight.

우서: 자네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네, 아서스.
You've just crossed a terrible threshold, Arthas.

(우서를 따라 떠나는 제이나)

아서스: 제이나? Jaina?

제이나: 미안해, 아서스. 난, 더이상 못 보겠어...
I'm sorry, Arthas. I can't watch you do this.
오리지널 인간 캠페인 6장 '정화(The Culling)' 인트로

아무리 그래도 게임 내에서 민간인을 무참하게 죽이는 미션을 진행시키기는 껄끄러웠는지 주민들은 아서스가 죽이기 전에 언데드가 되어버리며 퀘스트도 언데드 100명 처치다. 물론 주민들의 집이나 시민은 강제 공격을 해야지만 공격할 수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어차피 좀비로 되는 걸 막을 수도 없고, 좀비가 되고 나면 공격을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대체로 언데드로 변하기 전에 집과 시민들을 강제 공격하게 된다. 더군다나 말가니스보다 더 빨리 100명을 채워야 하는 시간 제한도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3.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옛 스트라솔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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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치 왕의 분노에서 시간의 동굴을 통해 겪을 수 있는 과거 사건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이 사건 자체가 5인 인스턴스 던전 옛 스트라솔름이라는 이름[4]으로 통째로 던전화되었다.

아서스가 스트라솔름 학살을 벌이지 않으면 리치 왕이 되지 않고, 결국 스컬지는 불타는 군단의 충실한 수하가 되어 아제로스를 휩쓸어버리는 미래밖에 남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미래가 틀어지는 것을 막고 역사가 예정대로 흘러가도록 하기 위해, 다른 병사들이 시민들을 '정화'하는 동안 아서스를 도와 언데드 병력을 상대하게 된다. 도시 입구에 있는 민간인 몇명을 제외하면 도시 내부에는 언데드 뿐이다.

던전 진행 중, 워크래프트 3의 그 대화를 이벤트 형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다만 워크래프트 3 캠페인 때는 한 번 보고 나면 다음 번부터는 스킵이 가능했지만, 와우의 인스턴스 던전에서는 5분씩 걸리는 이 이벤트 대사를 다 들은 후에야 진행할 수 있는데다 스킵조차도 불가능했다. 여기에 다른 대사들이나 몬스터 웨이브 대기 시간, 아서스가 잠깐 쉬다 가자고 멈춰 있는 시간까지 합치면 엄청난 시간을 길바닥에서 낭비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유저들의 원성 끝에 대사 스킵 기능이 추가되었다.

리치 왕의 분노는 2008년에 출시되어 한국어로 더빙 번역되었으므로 한국어 더빙은 이때 처음 된 것이다. 이후 2020년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가 출시되면서 워크래프트 3의 장면도 한국어 더빙이 되었다.

3.3. 소설 - 리치 왕의 탄생

한국판 리치 왕의 탄생 199~203페이지에서는 아서스가 정화를 명령하기 전에 제이나는 역병에 대해 아는 게 적은데 무조건 사람들을 죽일 수는 없다고 만류하며 우서도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 말한다.

4. 아서스에 대한 평가

아서스의 행적 중 스트라솔름 학살에 대해서, 이것이 아서스가 독단과 광기에 사로잡혀 감정적인 결단을 내려 벌인 필요없는 학살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아니다. 작중 상황을 보면 도시의 백성을 죽이지 않으면 전 국민이 죽는 상황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즉, 다수의 이익을 위해 선량한 자를 학살해도 되는가 하는 공동의 이익과 윤리적 책임이 충돌하는 상황으로, 이에 관한건 트롤리 딜레마를 참고해보자.

무고한 백성을 학살한 것이 악행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역병이 확산되어 벌어질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필요악적인 측면도 있었다. 당시 말가니스에 대한 원한과 집착, 기타 이유[5]로 아서스의 정신 상태는 결코 좋지 못했고, 어쩔 수 없었던 필요악적인 측면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우선한 것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우나,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오만과 아집에 가득 찬 왕자가 억지를 피워서 일을 키웠다라고 해석한다면 아서스라는 인물도, 스트라솔름 학살의 본질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팬들의 해석은 아서스가 옳았다, 우서가 옳았다며 의견이 갈리지만 적어도 게임 속 묘사에서는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명백하게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이 두 관점 사이에서 한 쪽이 옳고, 다른 한 쪽은 틀리다는 결론을 내는 것이 제작자 측의 의도였다면 주동인물 측의 관점이 옳고 반동인물 측의 관점이 틀린 것으로 서술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료했을 것이다. 작품의 전개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서 선악을 명확히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6]
  • 만약 이 대목을 <현실을 모르는 우서와 제이나의 탁상공론을 무릅쓰고 아서스가 구국의 결단을 내려 스트라솔름의 희생을 바탕으로 로데론 왕국을 구해내는 이야기>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스트라솔름을 희생시키는 것 이외에는 역병을 진정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었다고 서술하면 된다. 그리고 아서스가 '닥치시오 우서!' 따위로 말하지 않고 이게 어디까지나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서, 자신도 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한다는 것을 우서와 제이나에게 확실하게 밝혔다면 우서와 제이나도 당장은 힘들진 몰라도 나중에라도 아서스의 행위를 이해해줄수 있었을 것이다.
  • 반대로 <제이나와 우서의 합리적인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아서스의 단견과 독단으로 인해서 벌어진 참극>으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스트라솔름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역병을 진정시킬 다른 방법이 있었다"고 서술하면 되었을 것이다. 게임에서 우서도 제이나도 아무런 대안없이 비난만 하고 사라지며 이들이 역병을 저지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묘사도 없다.
    소설 "리치 왕의 탄생"은 전반적으로 아서스가 악역이 되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는 탓인지 이 장면에서도 이 방향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판에서는 제이나가 이틀만 시간을 주면 달라란에 가서 방법을 모색해보겠다는 대안이라도 제시하는 식으로 묘사가 추가되었다.

작중 상황을 보면, 아서스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이게 아서스만의 오판도 아니었다. 정 아서스의 주장이 터무니 없었다면 명령을 받고도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병사가 나왔을지도 모르지만, 아서스와 함께 이미 역병 사태를 겪어본 병사들은 그러지 않았다. 아서스가 싫다면 떠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했기에 스스로 사지로 걸어들어가 학살을 감행했다.

거기다 아서스가 주민을 죽이기 시작하자, 말가니스가 직접 언데드로 바꿔 자기 군단으로 만들어버리는 '목숨 뺏기 놀이'를 강요하면서 사태를 두고 보면서 해결책을 찾아볼 시간 따위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토리 전체를 보면 옳은 길을 걷는 선한 인물은 명백히 제이나와 우서이고 아서스는 악역이기 때문에 스트라솔름의 학살도 악행으로 비춰지는 경향이 있지만 적어도 이 학살만은 선악의 갈등이 아닌 선을 추구하는 인물들의 가치관 차이의 갈등이다. 단순히 선역은 선역하고 악역은 악역하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옳은 답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적절치 못했으면 옳은 답이 될 수 없다>라거나 <결과적으로는 틀린 답이었더라도 가능한 한 가장 옳은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는 그만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와 같은 입체적인 주제의식을 통해 주인공 아서스를 서양 고전 비극에 현대적인 입체적인 인물로 조형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찬반의 여지는 있으나 작중 세계에서만큼은 아서스의 학살이 당장은 로데론 백성들에게 큰 반감을 일으키진 않은 듯하다. 사태의 진상이 전해지지 않은 탓일 수도 있지만, 인간 캠페인에서 아서스가 노스렌드 원정을 끝내고 서리한에 의해 타락한 상태로 돌아왔을 때에도 왕궁의 백성들은 아서스에게 환영의 꽃을 뿌려주었다.

한편 아서스의 선택이 아제로스라는 세계의 구조로 보자면 옳았지만, 아서스 개인에게는 썩 좋지 않은 파급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 공포의 군주의 목적대로 스스로 자신의 백성들을 죽여서 빛의 힘을 잃고 타락했기 때문이다. 이후의 행적을 보면 알겠지만 아서스는 이 학살을 벌인 이후로는 계속해서 말가니스를 쫓는 데만 집착하며 점점 더 그릇된 방식을 선택하다가 결국 서리한을 집고 완전히 타락한다.[7] 상황 상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개인에게 꼭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

4.1. 반론

위의 주장과는 반대로, 스트라솔름 학살은 거의 전적으로 아서스의 오판이자 과오였다고 생각하는 주장이다. 이 논란에 대해서는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오래 알아온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므로 이러한 주장이 양립한다는 참고용으로만 보는 것이 좋다.

로데론 전역에 역병 발생이라는 긴급 상황임을 감안해도, 아서스가 할 수 있는 것은 독단적인 정화 명령 말고도 여러 가지 대안이 있었다. 인게임에서 이러한 대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아서 논란이 커졌을 뿐, 생각해보면 아서스는 충분히 우서의 동의를 얻을만한 여러 대안을 낼 수 있었다.
  • 우서와 제이나를 수도성과 달라란으로 급파시키고 말가니스의 병력을 스트라솔름에 묶어놓는다. 하스글렌 공방전에서 묘사된 모습을 보면 언데드의 수가 엄청나므로 매우 어려운 일이겠으나, 말가니스와 경쟁하듯 시민을 학살하는 것보다는 나은 방법이다. 최소한 말가니스의 행동을 지연시키거나 도시로 침투하는 말가니스의 병력을 막아내면서 본성의 지원을 기다리는 방안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다.
  • 반대로, 우서에게 스트라솔름의 방비를 맡기고 아서스가 직접 수도성으로 달려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었다. 아서스 본인이라면 역병의 참상을 더 자세히 국왕 아버지에게 보고할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은 호위 병력만 동행하고 퇴각하는 대신 우서의 최정예 부대가 언데드를 방어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 말가니스에게 병력을 조금이라도 넘기는 것이 싫었다면 아서스는 우서, 제이나와 함께 주민들을 대피, 격리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주민들이 역병에 감염된 이상 대피와 격리가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주민들이 로데론 병력의 호위를 받는 이상 말가니스가 해당 주민들을 자신의 병력으로 합류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방안들을 아서스가 택하지 않은 것은 말가니스에 대한 복수를 직접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4.2. 우서와 제이나의 권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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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다른 선택지가 있었던 쪽은 우서와 제이나였다. 우서와 함께 온 다수의 은빛 성기사단은 소수의 아서스와 병사를 압도할 수 있었겠지만 그냥 퇴각해버린다. 왕권정치 시대에 왕위 계승자를 상대로 정변을 일으킨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위 묘사된 대로 아서스는 아직 후계자일 뿐이고 우서는 후계자의 스승으로서 왕을 대신해서 후계자를 훈계할 만한 권위가 있었다는 점에서 아서스를 억누를 권위가 아주 없었다곤 할 수 없다.[8] 그렇다고 한다면 문제를 외면하고 도망쳤다는 비판도 가능할 것이다.

제이나는 소꿉친구 이미지라서 놓칠 수도 있겠지만 쿨 티라스의 계승자다.[9] 워크래프트 내에서 현실의 귀족 계급을 표기하지 않고 통합해서 군주로 부르다보니[10] 정확히 비교하긴 어렵지만 제이나는 아서스의 약혼자이며 대공녀 정도가 되는 귀족이다. 아서스와 제이나가 대립하면 로데론 왕궁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진짜로 국가간의 항쟁이 되어버릴 위험이 있지만 일단 아서스를 저지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인물이면서도 아무런 태도를 취하지 않고 사라진다.[11]

그런 한편으로는 우서가 퇴각한 것이 당연하다는 견해도 있다. 일단, 아서스의 행동을 살펴보기 전에 아서스의 위치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서스는 분명 왕자이기는 했지만, 스트라솔름 시점까지는 테레나스 2세가 부여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었고, 우서가 곁에서 보필해주어야 실행 가능한 것이었다. 우서가 스트라솔름 학살 직전 만남에서 아서스에게 자신이 상관이니 말조심하라는 말을 하고, 아서스의 정화 명령에 대한 우서의 첫 반박으로 너는 아직 내 왕이 아니라고 일갈한 것은 아서스와 우서가 상하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음을 알 수 있다. 즉, 아서스는 최소한 우서의 동의 없이는 스트라솔름을 어떻게 할 권한이 없었다. 우서와 구체적인 상의도 안해보고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은 우서의 말 그대로 선을 넘는 행위였던 것이다.

그저 왕자라는 직함만 있을 뿐 아무런 권한도 없는 아서스가 미래의 왕 운운하면서 독단적인 명령을 내리는 시점에서 우서가 로데론 최정예 병력을 아서스에게 넘겨줄 이유가 없었다. 우서가 아서스의 상관이기는 했지만, 강제력을 쓸 경우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에 내전이 터지는 것은 물론 왕자에게 칼을 겨누었다는 점에서 진짜로 반역이 될 수 있었고 왕자의 신변 또한 위험해질 수 있었기에 퇴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서는 아서스가 노스렌드로 갔다는 제이나의 말을 듣고 국왕에게 달려가 상황을 보고했고,[12] 국왕은 아서스가 있는 노스렌드로 사절단을 급파하게 된다. 아서스가 노스렌드에 있을 때 사절단의 말을 들어서 원정을 중지하고 순순히 퇴각했다면 그나마 수습할 여지가 있었음에도 말가니스에게 복수하려 왕명까지 거역해가며 아군 배까지 불을 질렀고 점점 더 노스렌드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5. 역병의 해결책은 있었나?

결론부터 말하면 치료법은 없다.

이 시점에서는 결과를 알 수 없었으니 어느 쪽이 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후의 스토리의 흐름을 놓고 결과론적으로 짚어보자면 이 스트라솔름 학살에서는 아서스가 옳았다. 리치왕의 분노 확장팩에서 추가된 용사퀘를 진행해보면 생물을 살려둔 채로 역병을 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중요한 설정이 드러난다.[13] 즉, 학살까진 가지 않더라도 도시를 총봉쇄하고 스트라솔름 주민들을 죽게 내버려두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좀비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나를 죽여줘 전개를 감안하면 산 채로 좀비가 되라고 방치하는 것이 그 전에 죽이는 것보다 더 인도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14] 당시 제이나와 우서는 조금만 시간을 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지만 이는 이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학살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가 하면 스토리에서 의도하는 정답이 있긴 한데, 이 대륙을 역병에서 구하긴 이미 늦었으니 국가의 모든 영토를 포기하고 전 국민을 배에 태워 아제로스 반대편의 신대륙 칼림도어로 이주시키는 것이다.[15] 그러나 화면 너머의 플레이어야 그러면 되겠다고 가볍게 생각하지만 작중 인물들로선 모든 국민을 다 배에 태울 수야 없고 백성 태반을 죽게 내버려야 한다는 뜻이니 개소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제이나나 스랄이 이를 따를 수 있었던 것은 세력이 그나마 작았기 때문이고[16] 제이나 역시 쿨 티라스 백성들을 모두 데리고 간 것은 아니었다. 설령 그런 대이주가 가능하다 한들 이미 감염된 스트라솔름 시민은 당연히 그 배에 탈 수 없다.

사실 이 역병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스컬지라는 집단이 로데론의 멸망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획책한 것이었으므로 애초부터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로데론 왕국 입장에서는 스컬지도 역병도 음모론 수준의 뜬 소문에 가까운 상황인데 스컬지는 저주받은 자들의 교단 신자들을 로데론 전역에 침투시켜 정보를 다 얻고 있으니 로데론에서 아무리 훌륭한 대처를 해봤자 스컬지 입장에서는 마치 Plague Inc. 같은 게임을 하듯 딸깍거리기만 해도 손쉽게 뚫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가령 현실의 감염병에서 그나마 최후의 수단으로 택하는 봉쇄조차도 스컬지가 병력을 동원해 무력화할 수 있고, 작중에서도 말가니스가 나서서 시민들을 좀비로 만들면서 아서스한테는 고민할 시간조차도 별로 없었다. 심지어 스컬지와 역병의 존재가 만천하에 알려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치 왕의 분노 시점에서도 포세이큰이 비밀리에 역병을 개발하여 분노의 관문 전투에서 호드와 얼라이언스 모두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지경이었으니, 역병의 실체조차 모르던 로데론이 역병에 대처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도 스컬지 역병의 피해는 로데론까지였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초반 시점에서는 동부 왕국 북부 외곽의 실버문, 길니아스, 언덕마루 구릉지까지는 역병이 닿지 않은 것으로 묘사된다.[17] 이후 실버문은 노스렌드에서 타락한 채 돌아온 아서스에 의해 멸망하고 언덕마루 구릉지는 대격변 시기에 포세이큰으로 인해 결국 역병이 들이닥치기는 하지만 이는 조금 나중의 일이다.[18] 이를 생각하면 대양을 횡단하라고 하기보다는 육로로 이어진 남부 인간 왕국들로 피란 가라고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조언이었을지도 모른다.[19] 물론 이런 전개를 짠 것은 칼림도어라는 워크래프트 3에서 등장한 신대륙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겠지만.

6. 여담

  • 2020-2022년 코로나 19 확산 당시에 인권을 해칠 정도의 통제가 종종 나타나면서 이 사건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코로나 19는 좀비가 되는 것은 아니니 왕자가 손수 민간인을 처단하는 막장 사태에까지 이르진 않았지만, 특정 지역 혹은 심하면 건물을 통째로 봉쇄하고 환자 및 사망자가 너무 많아 의료 붕괴가 일어나는 등 직전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사태가 많이 벌어졌다.
  • 스타크래프트 2: 자유의 날개 캠페인에서도 비슷한 딜레마가 등장한다. 헤이븐 관련 미션이 그것인데, 플레이어는 여기에서 아리엘 핸슨 박사를 지지해 프로토스가 감염을 정화하는 것을 막을지, 혹은 셀렌디스를 지지해 감염자를 제거할지 정할 수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주변 인물들은 플레이어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다고 지지해 주는데, 이 또한 워크래프트 3에서 스트라솔름 학살이 어느 쪽이 진짜 옳은지 결론내리기 모호하게 설정되어 있는 것과 유사하다. 일단 공식 설정은 핸슨 박사를 지지해 프로토스 함대를 막고 결국 백신을 완성해 감염 확산을 중단시키는, 워크래프트 3의 반대쪽에 가까운 것이다.


[1] 같은 제작사의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서는 프로토스저그의 흔적이 남은 행성을 정화하곤 하는데 이 역시 테란 거주자들도 몰살당한다는 점에서 학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타크래프트: 진화"에서는 차우 사라의 정화로 인해 프로토스를 혐오하는 테란 거주민의 모습이 묘사되기도 했다.[2] 클래식에서는 '뭐라고?'가 '언데드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다음이다.[3] 소설 리치 왕의 탄생 199페이지에서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다른 방법이 있을 걸세. 병든 사과나무를 뽑아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야,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란 말일세!"라 말한다.[4] 원문에서는 던전 이름부터 "스트라솔름 정화"(The Culling of Stratholme)이나, 한국어판에서는 '옛 스트라솔름'으로 번역되었다. 스트라솔름 학살의 배경이 과거(워크래프트 3 시점)의 스트라솔름이니 틀린 것은 아니다.[5] 안돌할 역병 사태, 하스글렌 방어전 등 다양한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6]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처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전개에 직결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묘사를 빼먹은 것일 수 있다.[7] 인간 캠페인 2장에서 "복수는 성기사의 임무가 아니다"라는 우서의 지적은 이에 대한 복선이라고 할 수 있다.[8] 이에 관해서는 아서스 메네실 문서의 아무도 막지 않았다 문단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있다. 왕자는 왕의 대리인이라기보다는 경쟁자에 가까우며, 왕이 공인한 스승이라면 왕자라고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이다.[9] 워크래프트 내에서는 묘사되지 않지만 제이나의 남동생이 있어서 제이나가 아서스처럼 단독 계승자인 것은 아니다.[10] 현실에서 쓰는 계급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븐데어 남작, 말체자르 공작 등등.[11] 물론 이 둘이 물러선 것은 우서와 제이나가 악한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스토리 상으로 갈등과 대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묘사를 하지 않은 것은 상술했듯이 이 사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일 수 있다.[12] 3일 후 폐허가 된 스트라솔름에 들렸다가 수도성으로 갔다. 3일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는 게임 내 묘사되지 않지만, 정황상 하스글렌에 남은 언데드 기지를 정리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13] 이는 같은 제작사의 저그 바이러스 역시 마찬가지로 묘사된다. 다만 저그 바이러스는 종종 일시적인 해독제가 묘사되기도 하며, 중추석 같이 저그 바이러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도 등장한다. 반면 역병은 근 십수 년 간의 워크래프트 사가 사이에 해결책이 묘사된 바는 거의 전무에 가깝다.[14] 인도적으로 제일 최선은 역병 미감염자를 재빨리 색출해서 그들만이라도 구하는 것이다. 물론 봉쇄나 도시 파괴보다 훨씬 오래 걸리고, 미감염자 판단이 잘못되면 그나마의 인명도 살릴 수 없게 된다. 현대 21세기에 코로나 19 사태 당시에도 신속한 검사 및 격리 인원 구별은 매우 험난한 과정이었는데, 중세 판타지의 로데론에서 그런 대작업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후술하듯이 현실 질병하곤 다르게 방해꾼까지 있는 상황.[15] 심지어 이 예언을 한 사람은 이전에 오크를 불러들여 대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생명을 학살한 원흉인 메디브였다. 메디브 본인도 자기 본 모습대로 예언을 전했다간 되려 화를 살 것이 우려되어 변장이라도 한 것인지 워크래프트 1, 2 시절의 인물들도 메디브를 못 알아본다.[16] 애초에 오크는 아제로스 토착민이 아니고 드레노어에서 어둠의 문을 타고 넘어온 이들이니 처음부터 그 수가 토착민들보다는 적기 마련이다. 그런데 스랄에게는 그나마의 배조차도 없어서 인간들의 배를 훔쳐서 칼림도어로 떠났다(워크래프트 3/캠페인/프롤로그).[17] 그래서 대격변 시기에 포세이큰이 길니아스를 침공할 때 실바나스 윈드러너는 로데론 시민의 이런 피해의식을 자극하기도 했다. 로데론이 역병으로 멸망할 때 동맹이라는 길니아스는 쇄국하면서 나 몰라라 하지 않았냐는 주장이다. 다만 정작 이런 주장을 선동하는 실바나스는 딱히 스컬지 역병하고는 별 상관 없는 실버문 사람이다.[18] 길니아스는 대신 늑대인간의 저주를 받았고 불행 중 다행(?)으로 늑대인간이 되면 언데드화가 매우 어려워진다고 한다. 빈센트 고드프리처럼 늑대인간이 되느니 언데드가 되길 선택한 이도 있지만, 반대로 언데드화를 피해서 자진해서 늑대인간이 된 이도 있다.[19] 동부 왕국 일곱 왕국 가운데 로데론으로서 선택할 만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아마 아라시 고원스트롬가드일 것이다. 스톰윈드나 쿨 티라스는 너무 멀고, 알터랙워크래프트 2 시점에 이미 오크에 붙은 배신자들이기 때문이다. 달라란과 길니아스는 (아직 구현이 안 된 것을 반영하는 설정이긴 하겠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초반 시점까지도 쇄국 상태였으니 워크래프트 3 시점에도 큰 기대를 하긴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스트롬가드는 인간 왕국들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고, 국왕 토라스 트롤베인 사후 국운이 기울자 국민 상당수는 이웃 쿨 티라스의 후계자인 제이나 프라우드무어를 따라 칼림도어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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