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문학에서의 사건에 대한 개념과, 갈등의 구분에 대해 정리한 문서.소설의 구성단계를 이루는 사건과 갈등은 서로 빼놓을 수 없고, 사건을 이해하려면 갈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갈등과 사건을 모두 서술한다.
2. 갈등
갈등은 양자 간에 형성된 대립적 관계이자, 그로 인한 적대적인 분위기를 의미한다. 그래서 갈등이란 반드시 인물과 인물 간에만 형성되는 게 아니다. 인물과 사물/인물과 환경/인물과 집단/인물과 동물/인물과 자신의 내면 등 갈등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래서 이러한 갈등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이다. 작가가 내적 갈등에 중점을 두고 전개를 진행한다면 문학적 소설, 드라마적 소설이 된다. 반면 외적 요소에 중점을 두고 글을 쓴다면 상업적 장르의 소설이 된다.외적 갈등은 주인공이 실질 세계와 빚는 마찰을 의미한다. 즉 인물과 자신의 내면 외의 대상과 벌이는 모든 갈등이다. 크게 주인공과 적대자(인물), 주인공과 자연, 주인공과 짐승, 주인공과 집단(세력)이라는 대략 네 가지의 외적 요소가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소설과 문학적 장르, 심지어 영화나 만화 등등 많은 작품에선 외적 갈등이 주된 요소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내적 갈등에서 말하는 주인공의 내면이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이 추구하고 싶은 욕심, 이에 대치하는 주인공의 정체성, 기준, 도덕, 선, 또 다른 인격체, 또 다른 욕망 등 자기 자신 속에서 피어나는 모든 종류의 심리적인 갈등들이다.
갈등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등장인물의 삶에 일어나는 의미(가치) 있는 변화를 뜻한다는 것이다. 이 때의 의미(*가치)란 삶/죽음, 사랑/미움, 자유/속박, 진실/거짓, 용기/비열, 충성/배반, 지혜/어리석음, 강함/약함 등 서로를 오갈 수 있는 양면적 성격을 지닌 모든 인간 경험을 말한다. 이 보편적이고 양면적인 성격은 긍정에서 부정으로, 부정에서 긍정으로 변화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 내적 갈등: 인물이 자기 자신의 내면인 정체성, 또 다른 욕망, 도덕적 선, 집념, 이념, 깨달음, 강박관념 등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한 것
- 외적 갈등: 인물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한 다른 인물, 동물, 사물, 환경, 재난, 집단, 단체 등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한 것
3. 사건(Event)
문학에서 사건(Event)이란 이야기를 이루는 기본 단위다. 이야기 내에서 의미 있는 갈등의 변화가 발생하는 '동적인 상황'[1]이다. 사건은 갈등을 새로 형성하거나, 갈등을 한층 더 심화하거나, 혹은 갈등을 해결하는 둥의 서사적 전환을 일으키는 변곡점이다.그런데 문학에서는 플롯의 단계 별로 사건의 종류나 형식이 달라진다. 따라서 고전적 서사 이론(예: 프라이타크 피라미드)부터 현대의 플롯 모델(예: 3막 구조)에 이르기까지, 서사 구조 내에서 사건은 각 단계(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마다 고유한 기능과 성격을 부여받는다.
플롯에서 서사적으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단계는 바로 전개 단계다. 전개 단계는 여러 사건이 인과적,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사건들은 발단에서 제시된 '중심 문제(Inciting incident/Central Conflict/Super Objective)'를 필두로 갈등을 본격적으로 심화시키고 얽히게 만드는(Complication: 복잡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즉 주인공이 자신의 중대한 목표(문제 해결)를 위해 나아가면서 온갖 장애물과 대립적 요소에 부딪히고 맞서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2]
전개 단계에서 흔히 빈번하게 활용되는 하나의 사건의 서사적 흐름은 다음과 같이 구조화할 수 있다. "목표(Objective) → 충돌(Obstacle) → 결과(Outcome)"라는 패턴이다.[3] 주인공이 목표를 추구하다가, 장애물에 부딪히지만, 결국 헤쳐나간다는 것이다.
- 목표: 등장인물(주인공)은 발단 단계에서 제시된 중심 문제를 해결하고 하는 초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매번 사건의 시작에서는 중심 문제를 해결하기(초목표) 위한 목표를 수립하고 행동한다.
- 충돌: 주인공이 목표를 추구한 반작용으로 장애물하고 충돌한 상황이다. 본격적으로 갈등이 형성되는 지점이다. 장애물은 대립자나 반동 요소로, 주인공과 맞닥트려서 현재의 목표를 실패(저지)시킨다. 혹은 이에 필적하는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 가령 동료를 잃는다는 식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다시 초목표로 향하기 위해 전투, 말싸움, 신경전 등의 행위들로 장애물과 서로 맞서게 된다.
- 결과: 충돌의 마무리다. 많은 경우, 다시 초목표를 향하기 위해 주인공이 장애물을 해결한 상황으로 그려진다. 초목표에 도달할 새로운 목표를 수립할 단서까지 확보한다. 장애물을 해결했다는 뜻은 어떤 식으로든 더 이상 장애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장애물을 쓰러트리거나, 장애물로부터 대피하는 데에 성공하거나, 협의를 하거나, 평화를 위해 굴종하거나, 조력자를 만나 도움을 받거나, 동료의 희생을 통해 장애물에서 벗어나는 둥의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사건 전체를 따지고 보면 이 '결과'는 대부분 불완전한 해결인 경우가 많다. 충돌로 인해 기존의 목표가 어그러지거나, 혹은 충돌의 과정 중에 동료가 희생되었다는 식의 대가가 발생했는데, '일단' 당면한 장애물만 해결한 상황이니까. 그래서 긴장감은 중단되지 않고 지속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그러면 이제 다음 사건의 시작(목표)에서, 주인공은 도로 목표를 수립해 행동하게 되며, 다시 장애물과 충돌하는 식으로 사건이 사건을 연쇄적으로 부르게 된다.
스토리 아웃라인으로 풀면 다음과 같다.
- 발단: 인물, 배경을 소개한다. 주요 대립자가 주인공에게 '중심 문제'를 일으킨다. 주인공은 중심 문제를 처리하고자 하는 초목표를 결심한다.
- 전개: (사건1) 주인공은 초목표를 위해 필요한 행동을 벌이지만, 장애물과 충돌하고, 이제 맞선 끝에 장애물을 해결한다(+ 초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 돌파구를 찾는다). → (사건2) 주인공은 초목표를 위해 새로운 행동을 벌이지만, 이번에도 장애물과 충돌해서 이에 맞선 끝에 장애물을 해결한다(+ 다시 초목표를 위한 돌파구를 찾는다). → (사건3) 주인공은 초목표를 위해 다시 새로운 행동을...(생략).
예시를 들어보면 다음의 줄거리로 풀어낼 수 있다.
- 발단: (중심 문제) 주인공이 친구들과 사업을 벌이다가 파산했다.
- 전개: (사건1) 주인공이 친구들과 함께 은행을 턴다. 경찰이 출동하고, 경찰을 피해 은행에서 달아난다. → (사건2) 가족들을 데리고 다른 도시로 피신하는데, 수배령이 내려진다. 그래서 신분을 바꾸고 성형 수술을 하자고 가족들과 모의한다. → (사건3) 새로운 외모로 부동산 재벌 행세를 하는 주인공과 가족은 상류층 파티를 벌이는데, 형사들이 나타나고, 주인공은 작은 사고를 일으켜 파티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형사로부터 탈출한다. → (사건4) 주인공은 다시 짐을 챙기고 도망치려는데, 배우자가 주인공에게 이만 자수하자고 만류한다. 주인공은 배우자를 설득하다가 결국 화를 내더니, 끝내 배우자를 버리고 혼자 시골로 도망친다. → (사건5) 주인공은 작은 마을에서 자선 단체를 설립하고 지역 유지의 딸과 맞선을 보는데, 형사가 다시 나타나...(생략).
이 플롯 라인을 보면, 주인공은 매 사건마다 초목표를 위한 새로운 행동을 수립하고, 그럴 때마다 장애물이 나타나 모든 게 어그러져서, 어떻게든 당면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식으로 이야기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번에는 내용을 분석하기 쉬운 영화로 예시를 들어보자. 다음은 영화 인셉션의 초반 줄거리다.
- 발단: (중심 문제) 공유몽 기술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주인공 코브는 사이토에게 인셉션 임무를 강요받는다. 어떤 재벌의 자제에게 자신이 제시하는 목표를 심으라는 것.
- 전개: (사건1) 코브는 대학에서 장인어른을 찾는다. 그러나 장인어른은 코브의 요청을 거절하고, 대신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아리아드네를 추천한다. → (사건2) 코브는 아리아드네에게 꿈에 대해 가르치고 훈련하는데, 무의식 존재인 맬이 나타나 아리아드네를 공격해서, 아리아드네는 팀에서 이탈한다. 코브는 기다린 끝에 아리아드네를 다시 맞이한다. → (사건3) 코브는 다른 나라에서 동료를 모집하는데, 경찰이 나타나서 도망 끝에 사이토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온다. → (사건4) 코브는 사이토와 함께 수면제를 개발하는 동료를 찾아가 약물의 효과를 직접 시험해보는데, 꿈에서 맬이 나타나서, 겨우 꿈에서 깨어난다. → (사건5) 코브는 이렇게 모은 동료들과 함께 인셉션 계획을 구상하는데, 갑자기 재벌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서둘러 재벌의 자제에게 접근해 꿈 속에 들어간다. → (사건6) 택시 기사로 위장해 재벌을 납치하는데, 재벌의 무의식 존재들이 총격을 가해 사이토가 심각한 부상을 입고, 겨우 안전 가옥으로 탈출한다(다음 사건을 위한 단서로 지금의 무의식 존재들을 피하고, 사이토의 상황을 지연시키기 위해 꿈 속의 꿈에 들어가자고 논의한다). → (사건7) 그래서 꿈 속에 들어가서 재벌의 자제에게 다시 접근하는데...(생략).
영화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를 보자.
- 발단: (중심 문제) 프로도는 간달프로부터 절대 반지를 가지고 샤이어를 떠나라 임무를 받는다.
- 전개: (사건1) 반지를 가지고 샤이어를 나서지만, 반지 원령이 나타난다. 주인공 일행은 나무 밑에 숨어 흑기사(반지의 원령)를 따돌린다. → (사건2) 주인공이 밤까지 숲을 탐험하고 있지만, 숲을 포위하던 흑기사들에게 그만 들키고, 주인공 일행은 흑기사들을 피해 배를 타고 도망친다. → (사건3) 주인공 일행은 여관(목적지)에 도착해서 간달프를 기다리는데, 프로도가 그만 실수로 절대 반지를 끼어 마법이 드러나고, 이때 스트라이더(라아곤)가 사람들의 이목으로부터 구한다. → (사건4) 주인공 일행은 스트라이더와 함께 동행하기로 하는데, 그날 밤 반지의 원령이 여관에 쳐들어와 그들이 묵던 침대를 칼로 쑤신다. 하지만 다행히 그들은 다른 방으로 피신해 있었다. → (사건5)...(생략).
오직 문제만이 흥미롭다. 물론 삶에서는 그렇지 않다. 인생에서는 기분 좋은 의사소통, 평화로운 즐거움, 생산적인 일이 지속되는 시기가 존재하고, 이 모든 것들은 관련된 사람들에게 매우 흥미롭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 따분하게 읽힌다. 이것들은 긴장된 상황 사이에 잠깐 등장하는 소강상태이거나, 모든 것이 끝난 해결이거나, 아니면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암시로 사용될 수 있다. 결코 전체 플롯으로는 쓰일 수 없다.
재닛 버로웨이, 라이팅 픽션, 231쪽.
재닛 버로웨이, 라이팅 픽션, 231쪽.
당신이 뭐라 말하든, 지옥이야말로 이야기와 어울리는 곳이다.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를 원한다면 당신의 주인공을 지옥에 빠뜨려라. 지옥의 메커니즘은 서사의 메커니즘과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반면 천국의 즐거움은 그렇지 못하다. 천국에는 이야기가 없다. 그곳은 이야기가 다 끝난 다음에 일어나는 일만 다룬다. 소풍을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문제가 필요하다면, 이것은 탄생, 사랑, 섹스, 일, 죽음 같은 삶의 커다란 주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재닛 버로웨이, 라이팅 픽션, 232쪽.
재닛 버로웨이, 라이팅 픽션, 232쪽.
위대한 사랑 이야기들은 강렬한 열정과 함께 그 열정의 성취에 대한 엄청난 장애물을 포함한다.
재닛 버로웨이, 라이팅 픽션, 233쪽.
재닛 버로웨이, 라이팅 픽션, 233쪽.
3.1. 사건과 비트(Beats)
이야기 내에서 인물들이 벌이는 일과 행동은 구체적으로 '사건(Event)'과 '비트(Beats)'로 나눌 수 있다. 등장인물이 목표를 추구해서 갈등을 벌이는 상황을 '사건'이라고 한다면, '비트'는 사건을 구성하는 인물의 행동과 난관을 세세한 행동(Action)과 반응(Re-action)으로 구체화한 것이다.그래서 사건은 중심이 되는 인물의 구체적인 행동들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다른 인물들의 여러 행동이나 반응 같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모두를 '비트'라고 한다.
만약 '철수가 악당의 본거지에 침입했지만, 경보가 울려 악당의 부하들이 나타나 격렬한 전투를 벌인 끝에 모두 무찌른다.'라는 사건이 있다고 해보자. 이중 간단하게 '목표' 부분만 분석해보자. 철수가 악당의 본거지에 침입하기 위해 차를 몰아 장소에 도착하고, 경비를 살피고, 혹은 경비원을 제압하고, 마침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둥 수많은 일련의 행동, 즉 비트를 수행한다. 하지만 그뿐일까? 악당의 부하들 또한 각자 행동하고 반응하는 비트를 보인다. 건물의 경비를 지키고, 동료에게 무전하고, 가끔 시시껑렁한 농담을 하거나, 주변을 정찰하고, 제압당할 때 발버둥을 치는 둥.
정리하자면 이렇다: 사건이란 갈등을 여러 행동과 반응의 구성을 통해 표출하는 동적인 상황이다. 사건 자체가 주인공과 장애물(대립자 내지 반동 요소)의 행동이라고 한다면, 비트는 그러한 행동을 이루는 세분화된 행동과 반응을 일컫는다. 즉 일정한 흐름을 가진 여러 비트의 총집합체가 바로 사건이 된다고도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하나의 상황은 무수한 비트로 구성될 수 있겠지만, 작가는 중요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비트를 골라 집필해야 한다. 고로, 비트란 경우나 필요도에 따라 생략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건과 비트의 차이가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사건은 생략하면 이야기의 인과 관계 자체가 무너지게 되지만, 비트는 생략하거나 뭉뚱그려도 인과 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다만 내용이 좀 심심하거나 성의 없어 보일 뿐이게 된다.
3.2. 사건의 구체화
이야기를 실제 소설로 집필할 때 어떻게 풍부하게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을까? 한 줄로 적힌 사건을 최소한 서너 페이지 이상 집필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분량의 소설이 나오지 않은가?작가는 플롯 구성 단계에서 설계한 사건들을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비트(Beats) 단위까지 세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행동(Action)과 반응(Re-Acton)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사건을 이루는 주인공의 행동과 난관(충돌)을 세세한 행동과 반응으로 쪼갠다는 것이다. 앞서 플롯 아웃라인을 구상하기 위해 제시된 사건들을 설명의 편의상 '거시적 사건'이라고 한다면, 이 각각의 행동과 반응은 하나의 단위로써 '미시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건의 구체화 방식은 여러 문학 이론에서 다양한 각도로 조명된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커널(Kernels)과 위성(Satellites)을 언급했다. 커널은 이야기의 핵심적인 분기점이자, 앞서 언급한 거시적 사건과 유사한 개념이다. 반면 위성은 이야기의 구체적인 내용을 채우는 단위로 세부적이거나 단순한 묘사부터 일부 행동과 반응, 분위기 묘사, 배경 설명, 인물의 내적 성찰이나 심리 묘사, 상징적 디테일, 부연 설명, 배경 설명, 인물의 내적 독백까지 여러 요소를 담당한다. 즉 위성들이 모여 커널의 과정을 구체화한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의 서사 이론가인 제라르 주네트(Gérard Genette)는 요약(Summary)과 장면(Scene)을 제시했다. 요약은 긴 시간을 짧게 압축하는 방식으로, 거시적 사건 자체나 그보다 더 큰 경과를 간략하게 전달할 때 사용된다. 반면 장면은 이야기 속 사건의 진행 시간과, 사건을 서술하는 시간이 거의 일치하도록 사건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거시적 사건의 과정을 미시적인 행동과 대화, 심리묘사 등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러시아 형식주의(Russian Formalism)에서는 파불라(Fabula, 이야기의 연대기적/인과적 사건 순서)와 시제트(Sjuzhet, 텍스트에 실제 배열된 사건 구성/플롯)라는 개념이 있다. 파불라는 이야기의 연대적, 인과적 사건 순서이고, 시제트는 파불라를 실제로 구성하도록 텍스트로 배열된 비트, 요약, 장면 활용 등을 의미한다.
이렇게 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결국 모든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의 무수한 행동과 반응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이 어떠한 행동을 하든지 간에 해당 장소에 있는 다른 등장인물은 주인공에게 반응을 보여야 한다.
이야기란 갈등을 표출하고 어떻게 변천되는지 보여주는 서사의 흐름이다. 따라서 주인공의 행동에 따라 나타나는 '반응'은 주인공에게 긴박한 행동을 촉발하는 의미 있는 결과로써 나타나야 하며, 부차적으로 인물 간의 관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만약 이야기의 장면에 따라 반응을 보일 만한 다른 등장인물이 없다면, 주인공의 행동에 역시 자극을 줄 수 있는 어떠한 요소라도 대신 나타나야 한다.
그래서 반응에는 무수하게 많은 형태가 있다. 보통 부정적인 반응이나, 주인공(독자)의 기대와 다른 환경적/배경적 요소 같은 것은 주인공의 행동을 촉발하는 편한 방법 중 하나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 주인공이 목표를 위해 무언가를 중에, 이에 대해 괜히 옆의 인물이 따지고 든다.
- 주인공이 목적지에 도착하니, 기대하던 장소와 전혀 다른 인테리어가 펼쳐져 있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1편의 초반 줄거리에서, 주인공 일행은 레드퀸을 셧다운 하려고 식당B에 갔는데, 식당은커녕 이상한 실험장치만 잔뜩 있었다. 이는 서사적으로 당장 장애물은 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장소 중 하나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긴장감을 선사해준다.
- 사건 중 주인공이 장애물과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흔히 주인공이 공격하자 반동 인물이 반격하는 식의 공방이 펼쳐진다.
- 주인공이 기차를 타러 역에 도착하면, 기차가 곧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고 탑승을 재촉하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 주인공의 요청이나 질문에 대한 '무응답/무반응'이 나오는 것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가령 주인공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소리쳤는데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면, 혹은 질문에 대해 상대방이 회피한다면, 주인공은 다른 행동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부정적인 반응 외에도 다른 종류의 반응도 많다. 가령 주인공이 무언가를 행동하는데, 어떤 긍정적인 부분이나 희망을 발견한면, 되려 이를 발판 삼아 주인공이 더욱 박차게 행동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하나의 사건을 상정해보자. "주인공이 악당의 기지에 도착하자, 악당의 부하들이 가로 막고 있어서 전투 끝에 침입에 성공한다."라는 사건이 있다면, 이를 행동과 반응이라는 무수한 비트로 쪼개볼 수 있다. 간단하게 '충돌' 부근만 살펴보자.
"주인공이 차를 몰고 도착하자, 악당의 부하들이 입구를 가로 막고 있다. -> 그래서 주인공은 악당의 부하들과 대치하자, 공격이 시작된다. -> 그래서 주인공은 부하들과 전투를 벌여 쓰러트리자, 경보가 울린다. -> 그래서 쏟아지는 악당의 부하들과 총탄을 피해 적대 세력의 차를 빼앗자, 다른 차들이 나타나 들이 박는다. -> 주인공은 다시 운전대를 잡고 그들 사이를 비집고 빠져나와 건물을 향해 달린다. 그러자 악당의 부하들이 RPG를 쏘고 차가 뒤집힌다. -> 가까스로 다치지 않은 주인공은 총격을 벌이며 차에서 빠져 나오자, 악당들이 몰려온다. -> 그래서 몰려온 악당들을 쓰러트리며 건물 입구에 접근하자, 문에 봉쇄 장치가 발동된다. -> ...(생략)."
이렇게, 주인공이 그저 악당의 부하들을 물리치며 악당의 기지에 쳐들어간다는 한 줄의 행동을, 세세한 행동과 반응들로 쪼개면 수많은 갈등으로 표출할 수 있고, 그만큼 긴박감을 상승시킬 수 있다. 이는 액션만이 아니라,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상황조차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
가령 주인공이 어떤 목적 때문에 "주인공은 기차를 타서 한 아랍 부호에게 접근한다. 아랍 부호를 만나 심문해서 정보를 얻는다."라고 해보자. 아랍 부호를 심문하는 부분은 확실히 흥미롭지만, 주인공이 기차를 타서 아랍 부호를 만나 접선하는 부분까지는, 그저 너무 밋밋하다. 작가가 억지로 뜬금없이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를 떠올리는 식으로 내용을 부풀리는 게 아니라면 솔직히 2페이지 이상 작성하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이를 수많은 행동과 반응으로 쪼개면 어떨까?
"주인공이 기차역에 도착하자, 평소와 달리 경비가 삼엄한 기차역을 마주한다. -> 그래서 주인공이 경비들을 살피며 아랍 부호의 현재 상태를 추측하고 있자, 기차가 출발 신호를 알린다. -> 그래서 기차에 탑승해서 주위를 둘러보자, 평범한 객실 칸에도 듬성듬성 껴 있는 아랍 부호의 보디가드들이 발견한다. -> 그래서 최대한 의심을 사지 않으려는 침착한 자세로 아랍 부호가 있는 객실까지 이동하자, 뒤에서 보디가드가 나타나 총을 겨눈다. -> 주인공이 보디가드에게 용건을 말해서 문이 열리자, 열린 문쪽의 보디가드가 총을 겨누며 몸수색을 한다. -> 주인공은 몸수색을 맡기자, 핸드폰을 빼앗긴다. -> 주인공은 그 상태로 아랍 부호에게 가자, 아랍 부호는 그를 의심스럽게 쳐다본다. -> 그래서 주인공이 용건을 말하자, 아랍 부호가 그의 말을 끊고...(생략)."
이런 식으로 하나의 사건을 무수한 행동과 반응으로 쪼개어 구성하면, 그저 기차를 타서 어떤 인물에게 다가간다는 한 줄의, 아니 충돌과 결과 부분을 제외한 목표만 따지는 반의 반의 상황을 가지고도 수많은 페이지를 흥미롭고 재미 있게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작가는 이렇게 짜낸 무수한 행동과 반응 들을 여러 기법의 묘사들로 풍부하게 '묘사'해야 한다. 그래야 소설의 살을 채우고, 내용을 흥미롭게 부풀릴 수 있다.
3.3. 사건과 내면
사건이란 갈등의 물리적 발현(행동)이라서, 드라마 장르처럼 내적 장르에 치중한 스토리에서 집필에 어려움을 겪는 작가가 많다. 어떤 식으로 내적 갈등을 표현하고, 그것이 과연 어떤 타당성이 있는지 등의 핵심을 짚기 애매하기 때문이다.내적 갈등을 표현하는 것은 외적 갈등과 맥락이 비슷한다. 외적 갈등은 외부적 요소에 의해 주인공이 난관에 봉착하는 것이다. 내적 갈등도 비슷하다. 내적 요소에 의해 스스로의 행동을 거부, 즉 자기 자신을 방해하는 것이다. 즉 주인공이 이전의 선택과 전혀 상반된 다른 선택과 행동을 벌이는 것이다. 이때 비트와 헛갈리면 안 된다. 비트는 생략하면 심심하고 성의 없어 보이지만, 인과 관계를 무너트리는 중대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적 갈등을 표현하는 비트에는 머뭇거림, 혼자서 지르는 분노의 표출, 중요하지도 않는 접시를 깨부수기 등등이 있고, 내적 갈등만이 아니라 외적 갈등을 좀 더 풍부하게 해주는 감정적 노선이 된다.
상방된 선택은 이전에 단절했던 관계를 다시 이루려고 하거나, 혹은 오히려 관계를 단절시키거나, 혹은 행동을 멈춰서서 아예 중단하는 것 등이 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거부한 것이다. 그러면 이제 다음 사건으로 주인공은 자신에게 일으킨 방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방법(행동)을 강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가령 로맨스 장르에서는 "철수는 영희와 유원지에서 데이트를 즐기는데, 이내 그녀를 놔두고 사라진다."라는 식으로 내적 갈등에 의한 사건을 조성할 수 있다.
4. 장면 (Scene)
장면이란 특정 장소와 특정 시간대에서 특정 인물들이 벌이는 일련의 비트 혹은 사건이다. 즉, 비트/사건에서 시간과 장소라는 변수가 추가되었고, 작가는 그 상황을 어떤 구도로 독자들에게 전달할지 구상해야 한다.하나의 소설은 여러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면 안에는 하나의 사건 혹은 여러 사건을 넣을 수 있고, 반대로 하나의 사건을 여러 장면으로 쪼개 넣을 수 있다. 다만 아무렇게나 한 장면 안에 사건들을 우겨 넣거나, 다시 아무렇게나 한 사건을 여러 장면으로 분절내라는 건 아니다. 중요도를 따져야 한다.
작가가 집필하면서 느끼기에, 혹은 플롯상 중요하다면 하나의 사건을 둘 이상의 장면으로 쪼개서라도 그 중요한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집필해야 하니 여러 장면으로 나눌 수 있다. 혹은 흐름이 빨라야 한다면 한 장면 안에 여러 사건을 넣을 수 있다.
5. 플롯과 스토리
사건을 시간 순으로 배치한 것을 "스토리"라 하고, 각 사건을 개연성있게 짠 것을 "플롯"이라 한다. "왕이 죽고, 왕비가 죽었다"라는 단순한 사실적 나열은 스토리지만, "왕이 죽어서 그 슬픔에 왕비가 죽었다"라는 그 이유(인과관계)를 드러내면 플롯인 것이다.플롯은 보통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순서대로 그려지지만 응용하고 비틀어 재구성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를 꼬는 일은 그리 많은 일이 아니다. 발단부터 결말까지의 구조는 단순히 그렇게 하라고 임의로 정해진 순서가 아니라 독자가 핍진성과 시간의 순서를 이해하기 쉽도록 짜여진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를 뒤바꾸는 것은 시간의 순서를 뒤바꾼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며, 잘 짜여진 구조가 아니면 독자에게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영화 메멘토가 있다. 시간의 흐름을 반대로 흘러가게 만든 스토리 라인 때문에, 메멘토를 처음 시청하는 관객은 전체적인 서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거나 혹은 반대로 반전을 맞이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반전이나 쾌감 혹은 독창성을 위해 반드시 구성단계를 비틀거나 재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정도의 걸작은 그만큼 특출난 무언가를 처음 시도했거나 완성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반드시 존재하지만, 그것이 곧 구조의 비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되려 문학적 구성단계를 착실하게 지키면서 그 안에 독자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요소를 착실히 요리한 경우가 많다.
또한 세간의 평판과 읽는 사람의 즐거움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영화 같은 경우만 보아도 평론가 평점은 바닥을 치지만 관람객 평점은 천장을 치는 작품도 있고 그 반대의 작품도 있다. 이렇듯 대중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소수의 집단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과 많은 이들에게 읽히지만 문학적인 가치가 낮다고 평가받는 작품이 서로 공존한다.
물론 아무리 인생은 실전이라지만 소설 몇 개 실패했다고 인생이 꼬이는 것도 아니고 일단 실패를 두려워 말고 단편 위주로 많이 써보자. 제대로 완결난 작품이 하나도 없는 작가보다는 단편이라도 제대로 완결한 작가가 낫다.
5.1. 소설의 구성단계
이러한 구성 단계도 옴니버스, 피카레스크, 액자식 구성 등 여러 가지로 파생된다. 소설의 구성단계에서 플롯의 연결 방식 참고.5.2. 3 Act Plot
영미권 영화 시나리오에서는 3 Act Plot라고 부른다. 저명한 각본가 시드 필드(Syd Field 1935~2013)가 자신의 저서 "Screen Play (한국어 번역판: 시나리오란 무엇인가)"에서 제시했다.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기본으로 사용하는 플롯 구조다.- 3 Act - Resolution: 결말이다.
5.3. 기승전결
한시에서 쓰이는 기법이다. 기승전결 문서를 참고.[1] 서로 상황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뜻[2] 이 문단에서는 로버트 맥키(Robert McKee)의 '스토리 이론'과, 시드 필드(Syd Field)의 '시나리오 이론("전개 단계에서는 주인공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온갖 장애물과 갈등에 부딪힌다.")'을 참고하여, 사건에 대한 이해와 기준을 잡기 위해 실질적으로 많이 보이는 전형적인 리듬을 하나의 사건의 구조로 상정했다.[3] 마찬가지로 Dwight V. Swain은 그의 저서 Techniques of the Selling Writer(1965)에서 단위를 “장면(scene)”과 “후일담(sequel)”으로 나누고, 갈등이 일어나는 하나의 장면을 목표, 갈등, 결과/재난이라는 세 가지 단계의 매커니즘으로 세분화했었다. 즉 갈등의 변천을 다루는 장면이니, 이는 곧 '사건'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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