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5-05 17:13:13

블랙 미러/에피소드/시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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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1. 공주와 돼지(The National Anthem)
1.1.1. 탐구
1.2. 핫 샷(15 Million Merits)
1.2.1. 탐구
1.3. 당신의 모든 순간(The Entire History of You)
1.3.1.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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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1. 개요

블랙 미러 시리즈의 시즌 1 에피소드 줄거리 및 탐구를 정리한 문서.

모든 에피소드의 제목은 넷플릭스 번역 기준이다.

반전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에피소드들이 많기 때문에, 드라마를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보기 전에는 절대로 스포일러를 읽지 않기를 강권한다.

1.1. 공주와 돼지(The National Anthem[1])

파일:external/www.pitmanroaringtimes.com/msnyder-black-mirror-636x900.jpg

영국 공주의 납치 실황이 트위터유튜브를 통해 중계되고, 납치범은 수상(로리 키니어 扮)이 오후 4시 정각에 TV 생중계로 돼지수간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에서는 언론사에 보도 통제를 지시하고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도 지웠지만 이미 정보는 통제할 수 없이 퍼져 나가는 중이었다. 이윽고 해외 언론에서 보도가 시작되자 영국의 언론들도 보도 통제를 무시하고 자극적인 단어만 슬쩍 피해가는 선에서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선 파일을 업로드한 위치를 추적해 구출 작전을 계획하는 한편, 포르노 배우와 CG를 동원해 수간 장면을 꾸며내는 방편도 생각해낸다.[2] 하지만 스튜디오로 향하는 포르노 배우의 사진이 행인에게 찍혀 SNS에 올려지자 납치범은 공주의 잘린 손가락과 함께 해당 영상을 방송국에 보내며 재차 협박한다.

정부가 속임수를 쓰려다 공주의 손가락이 잘렸다는 것이 보도되자, 이전에 '수상이 수치스러운 일을 할 필요는 없다, 공주가 죽어도 수상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라던 여론은 '공주를 구하기 위해 수상이 수간을 해야만 한다'는 쪽으로 급격히 돌아선다.[3] 이 때문에 급하게 시행된 구출 작전 또한 프록시 서버와 더미 인형에 낚이면서 실패한다.

납치범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공주가 죽는다면 단순히 실각하는 것을 떠나 모두가 경멸하는 인물이 될 것이며 가족과 신변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는 보좌관의 충고에 수상은 별 수 없이 돼지와 수간을 하게 된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대중들은 처음에는 수상을 비웃으며 낄낄거렸고, 스포츠 경기를 즐기듯 펍에서 맥주와 함께 환호하며 관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펑펑 우는 수상의 충격적인 행위가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지자 공주를 살리기 위한 그 처절한 몸부림에 모두들 표정이 굳고 얼어붙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중계를 보느라 거리는 텅텅 비어 사람도 차도 사라졌다. 그래서 진정제를 맞고 풀려난 공주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었고, 쓰러지고 나서 시간이 한참 흐른 다음에야 구출된다. 납치범은 수상의 수간 중계를 보며 목을 매어 자살한다. 수상은 일이 끝난 뒤 화장실에 주저앉아 울부짖는다.

그런데 CCTV를 분석한 결과, 공주는 3시 30분에 풀려난 것으로 밝혀졌으며, 잘린 손가락도 공주의 것이 아니라 납치범의 것이었다. 보좌관은 뒤늦게 납치범의 목적[4]을 깨닫고는, 이 사실을 수상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없도록 보고서에서 지울 것을 지시한다.

사건 후 1년이 지나고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수상의 지지율도 회복을 거쳐 작년 대비 3%p 증가했다. 또한 공주 납치범의 정체가 이전에 터너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현대미술가였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여러 문화 비평가들은 이 사건의 의의를 해석하려 했고 혹자는 '21세기 최고의 예술'이라고 평하며 논란이 된다. 언론은 '수상을 망치기 위한 시도였으나 실패로 돌아갔다'고 사건을 평했다.

힘든 사건을 극복하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주며 대외 활동을 이어나가는 수상과 부인. 하지만 관저로 돌아오자마자 아내는 수상의 말을 무시하며 차갑게 위층으로 가버리고 수상은 그 뒤를 허망하게 올려다볼 뿐이다.

1.1.1. 탐구

  • 블랙 미러의 기념비적인 첫 에피소드이자, 드라마의 장르 및 성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에피소드라고 평가받는다.[5] 아마 한국에서는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일 듯 하다. 인터넷과 페북 등지에서 짤방으로 엮인 해당 에피소드가 여러 군데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또한 몇 안 되는 SF가 아닌 이야기로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이후 에피소드들과 비교하면 꽤 현실적인 배경을 두고 있다.
  • 시즌 3 3화 '닥치고 춤춰라'의 엔딩 부분에 두 부부가 이혼할 것이라는 근황이 나온다. 웹페이지의 기사 부분에 이스터 에그로 숨겨둔 듯 하다.
  • 사운드트랙 담당은 마틴 핍스(Martin Phipps).
  • 2015년 당시 총리이던 데이비드 캐머런옥스퍼드 대학교의 피어스 개버스턴 클럽(Piers Gaveston Club)에 가입할 때 자신의 음경을 돼지머리의 입 속에 집어 넣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있었을 때, 이 사실이 보도되면서 사람들이 피그게이트(piggate)라고 부르며 패러디를 만들었는데 이 드라마를 떠오르게 해서 그런지 그 드라마 사진이 해당 사건 글에 많다. 이 기사는 하루 만에 아무 증거가 없는 얘기로 드러났다.

1.2. 핫 샷(15 Million Merits[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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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세계. 사람들은 행동을 인식하는 디스플레이로 둘러싸인 작은 방에서 살다가[7] 눈을 뜨면 자전거(헬스 사이클)가 있는 곳으로 출근하여 매일같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진행한 만큼 일종의 사이버머니인 '메리트'가 쌓이고, 그 돈으로 생활을 해 나가는 하루하루이다. 음식을 사는 일, 칫솔에 치약을 짜는 일, 디스플레이에 뜨는 광고를 건너뛰거나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도플(아바타)을 꾸미는 일 등등 모든 행동에 메리트가 필요한 디스토피아.[8] 뚱뚱해서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사람들은 비아냥의 대상[9]이 되어 청소부로 전락하거나 저질 예능 프로에 나가 자신을 혹사해 돈을 벌어야만 한다.[10]

실재하는 것이라고는 없는 이곳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모두 똑같은 회색 운동복을 입고[11]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자판기에서 나온 배양된 음식[12]을 먹는 것뿐이고, 현란하고 자극적인 광고와 프로그램은 어디를 가나 따라다닌다.[13] 사람들은 그러한 자극의 홍수 속에서 도플을 꾸미는 데만 몰두할 뿐이며, 이곳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희망은 1500만 메리트를 모아 오디션 프로그램 '핫 샷'의 출전권을 사서 오디션을 통과하는 것으로, 그럼 평생 자전거를 탈 일은 사라진다.[14]

주인공인 젊은 남자 빙(대니얼 칼루야 扮)은 1500만 메리트가 넘는 돈을 죽은 형제[15]로부터 상속받았지만, 쓸 곳을 찾지 못하고 가끔 포르노를 결제하거나 하며[16] 무미건조하게 매일을 보내던 중, 자신의 구역에 새로 이주해 온 애비(제시카 브라운 핀들리 扮)라는 여자에게 끌림을 느낀데다 우연히 그녀가 화장실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듣게 되고,[17] 감명받은 빙은 자신이 출전권을 결제해줄 테니 핫 샷에 나가보라며 강력히 권유한다. 애비는 부담스러워하지만 빙은 '이곳에서 무엇이든 진짜인 것을 보고 싶다'며 설득한다.[18] 그 날 밤 빙은 약속대로 핫 샷의 초대권을 구매하려 했으나 예상과 달리 티켓의 가격은 1500만메리트였다. 원래 1200만이었던 가격이 그새 1500만으로 올랐던 것. 그러나 빙은 이들의 상술에 욕을 하면서도 망설임 없이 전재산을 털어 애비에게 출전권을 선물해준다.[19]

결국 핫 샷에 출전한 애비. 빙은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며 긴장한 애비를 격려하고, 애비는 빙에게 사과 포장지로 접은 펭귄을 건넨다. 개인의 물질적인 소유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다시피 한 이들이기에 감사의 선물로 줄 만한 것이 그것 뿐이었던 것이다.[20] 그러나 선뜻 그녀에게 1500만 메리트를 선물했음에도 빙은 이 선물에 진심으로 고마워 한다. 이후 대기실에선 도착순이 아니라 심사위원의 마음에 드는 외모나 특징순으로 무대에 올리고 있었고, 그녀의 외모가 시선을 끌어 곧바로 무대에 올라갈 수 있게 된다.[21] 직원이 건네주는 'Cuppliance'라는 진정제 같은 음료[22]를 마시고 무대에 올라 자신 있던 노래[23]를 불러 심사위원들을 감동시키지만, 그들은 '가수는 이미 차고 넘친다. 올해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며 그녀에게 포르노 배우가 될 것을 권한다.[24] 친구 자격으로 무대 뒤에서 구경하던 빙은 이에 항의하다 끌려나가고 관중들[25]은 한 목소리로 '해라! 해라!'라고 외친다.[26] 애비는 약 기운에 취해 앞으로 단 한 순간도 자전거를 탈 필요가 없다는 말에 흔들려 제안을 승낙한다.[27]

이후 모든 의욕을 잃고 죽은 듯 살아가던 빙은 자신의 방에서 애비가 나오는 포르노 광고[28][29]를 보고 벽을 주먹으로 치면서 절규한다. 화면을 넘기고 싶지만 이미 모든 메리트를 써 버려 그럴 돈도 없어서 더 미칠 것 같은 상황. 그런데 마침 손에 쥐기 좋게 부서진 디스플레이의 유리 파편과 애비가 마시고서 건네주었던 진정제 팩을 바라보며 빙은 무언가를 결심한다. 그리고 그 날부터 미칠 듯이 절약해서[30] 얼마 후 다시 1500만 메리트를 모아 핫샷에 도전한 빙은 진정제를 권하는 스태프에게 갖고 있던 빈 팩을 보여주며 이미 마셨다고 속이고는 무대에 올라간다.

그리곤 무대에서 격한 춤사위를 보이면서 인기몰이를 하다[31] 돌연 허리춤에서 유리 파편을 꺼내[32] 자신의 목에 겨누고는, 실재하는 건 아무 것도 없는 사회와 세계에 대한 절규를 쏟아낸다. 잠깐의 정적.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절규마저 몇 마디 말로 아주 좋은 퍼포먼스로 만들어버리고, 빙에게 방송국 일자리를 제안한다. 더 이상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감언이설과 함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이후, 여전히 자전거는 돌아간다. 뚱뚱한 사람들은 여전히 조롱의 대상이고,[33] 아비는 여전히 포르노 배우로 소모되고 있으며,[34] 사람들은 실제하지 않는 도플의 치장용 아이템같은 존재하지 않는 쓰레기에 힘들게 번 돈을 쏟아붓고 있다. 그리고 빙은 '목에 유리를 겨눈 자살자' 콘셉트로 현실을 비판하는 방송을 진행한다. 심지어 빙이 들고 있던 유리 파편은 도플의 치장용 아이템으로도 출시되었다.[35] 그는 공개 오디션에서 용기와 열정을 보인 대가로 더 고급스러운 방으로 옮겨졌으며, 팩에 포장되지 않고 컵에 담긴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조용히 숲의 풍경을 바라본다.

빙은 이전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방에서 살게 되었고 더 이상 자전거도 타지 않지만, 여전히 배양되었을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창 밖에 보이는 풍경도 진짜가 아닌 만들어진 숲의 영상이다.[36]

1.2.1. 탐구

  • 시스템에 저항하여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는 가능했으나, 좀 더 나은 입장에 올랐을 뿐 결과적으로는 여전히 그 시스템 안에 남을 수밖에 없는 인간 군상을 담아낸 에피소드이다. 주인공의 절규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디스토피아 세계와, 작중 내내 진짜를 원하고 모두가 깨닫기를 원했던 주인공이 마지막엔 좀 더 나은 가짜[37]에 안주하고 마는 애매한 해피엔딩은 시청자로 하여금 암울함을 맛보게 한다.
  • 이 에피소드에 나온 노래 'Anyone who knows what love is (will understand)'는 후속 에피소드에서도 간간이 흘러나온다. 어찌 보면 본 드라마의 메인 테마곡이라 볼 수 있을 듯.
  • 해당 에피소드에서 빙을 비롯한 사람들이 사는 공간은 전 세계에 해당되는 것이 아닌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입증하듯 사람들이 멀쩡히 사회생활 중인 타 에피소드들에서 본 에피소드 관련 내용들이 수차례 등장한다. 시즌 4의 '악어' 에피소드에선 이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포르노 채널 '레이스 아가씨들(WRAITH BABES)'이 스쳐가기도 했으며, '블랙 뮤지엄' 에피소드에선 등장인물이 읽는 만화책의 중심소재로 등장한다. 세계관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
  • 사운드트랙 담당은 스티브 매키언(Stephen McKeon).

1.3. 당신의 모든 순간(The Entire History of You)

파일:external/mikiedaniel.files.wordpress.com/black-mirror-3.jpg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레인'이라는 작은 캡슐을 귀 밑에 심어서 엄지손가락 크기의 단말기를 조작하기만 하면 자신이 보고 들은 몇십 년이 넘는 지난 기억을 온전히 보존하고, 심지어는 생생하게 눈 앞에 재생할 수 있고 화면에 띄워 남들과 같이 볼 수도 있는 오버 테크놀로지가 존재하는 세계.[38] 인간의 기억은 본래 쓸모없는 정보로 가득 차있고 조작되기 쉽지만 그레인은 그런 인간적 사고를 뛰어넘어 객관적인 정보를 알려주게 된다. 그래서 남의 기억을 노린 변태들에 의한 상해절도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레인을 넣은 채 살아가고 있다.

취직을 위해 로펌의 면접[39]을 치르고 온 변호사 리암(토비 켑벨[40] 扮)은 예상보다 면접이 일찍 끝났기에 서둘러 그날 밤 아내 피온(조디 휘태커 扮)과 그녀의 친구들이 연 파티에 합류한다. 리암은 피온이 조나스라는 남자와 사이좋게 얘기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스멀스멀 아내에 대한 의심이 자라나 내내 조나스와 피온의 반응을 유심히 살핀다.

저녁식사 동안 조나스는 천박한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고, 리암이 그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보던 중 새로 합류한 여성에게 그레인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어떤 중국의 백만장자 변태가 기억을 들여보기 위해 덮쳐 파내 갔는데, 상처를 입을 때는 고통스러웠지만 없이 지내 보니 좋더라는 그녀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듯한 분위기가 흐르고, 이를 환기시키기 위해 한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재생시키며 화제를 돌린다.

파티가 끝난 뒤 리암은 조나스를 집에 초대하지만, 자신은 초대하고 싶지 않았는데 눈치를 주는 피온 때문에 억지로 초대한 거라며 다툰 후 자신의 집에 도착한 조나스를 다시 되돌려 보낸다.[41] 그리고 집에 들어온 후 피온을 추궁한다. 결국 이에 못 이긴 아내는 예전에 조나스와 잠깐 사귀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한 뒤, 이미 오래된 일이고 당신을 만나기도 전의 일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어서는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고 아무런 일 아닌 걸로 결론나지 않았었냐고 따지고, 리암은 홧김에 "Sometimes, you are a bitch."라는 심한 말[42]을 하기까지 하지만, 리암이 이내 사과를 해 부부는 화해를 하게 되고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보였다.[43]

하지만 리암의 의심과 집착은 계속 이어진다. 피온이 자는 사이 몰래 거실로 내려가 술을 마시던 리암은 밤을 새면서까지 어젯밤의 파티 장면을 돌려보았다. 다음 날 아침, 리암은 조나스의 웃기지도 않는 농담에 웃었다느니, 쟤를 보는 표정과 나를 보는 표정이 다르다느니 해가며 피온의 행동을 하나하나 추궁하고, 아내가 조나스와 대화하던 모습을 독순 분석하는 프로그램까지 이용한다. 심지어 막 퇴근하려던 베이비시터에게도 그 장면을 보여주며 '니가 보기엔 어때? 수상한 거 맞지?'라며 계속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피온이 와서 애써 말리지만 리암의 행동은 멈추지를 않는다.[44] 결국 피온은 화를 대폭 내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가 버린다.

술에 잔뜩 취한 리암은 무작정 조나스의 집으로 향한다. 거기서 행패를 부리다 필름이 끊겼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웬 나무에 차를 갖다 박은 상태였다. 하지만 끊긴 필름조차도 그레인에는 모조리 저장되어있었고, 돌려본 기억 속에서 자신이 조나스를 제압하고 깨진 병으로 위협해 조나스의 그레인에 저장된 아내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지우게 협박하였다는 걸 알게 된다.[45][46] 그리고 기억을 다시 돌려보던 중 무언가를 목격한다.

집으로 돌아온 리암은 피온에게 대뜸 그 날 콘돔을 썼냐고 묻는다. 그러더니 앞서 조나스의 기억 데이터 화면을 눈으로 봤던 기억 중에서, 18개월 전 자신들의 부부 침실(바로 여기)에 아내가 누워있는 썸네일을 보여준다. 즉, 아내는 예전에 끝난 관계라고 했지만 불과 1년 반 전[47]에 조나스와 섹스를 했다는 증거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자 피온은 당시에 리암이 비슷한 이유로 싸우고 집을 나갔을 때[48] 외롭고 술에 취한 나머지 조나스와 하룻밤을 잤다고 실토한다. 이에 리암은 '그 때 콘돔은 썼냐, 우리 아이가 맞냐'면서 그 날의 기억을 재생하라고 시키지만, 피온은 다 지웠버렸다고 버티더니 몰래 기억을 삭제하려하다가 리암에게 제지당한다. 결국 그 날의 피온의 기억 화면이 재생되고 신음 소리가 침실을 가득 채우자 리암은 참담한 표정을 짓는다.

시간이 지난 후 리암은 혼자서 텅 빈 집 안을 둘러보며 장소 장소마다 피온과 있었던 기억들을 재생해본다. 그리고 결국 괴로움 끝에 면도칼로 귀 아래 피부를 찢어 그레인을 강제로 꺼내버린다. 순간 아내의 기억들이 눈 앞에 교차하고 그녀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화면이 암전되고 엔딩 크레딧이 떠오른다.

1.3.1. 탐구

  • 기술의 발달에 대한 경각심과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전달하는 이 드라마의 매력이 잘 드러난 에피소드.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남자의 정도를 지나친 집착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지만 후반부의 아내의 행동에도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 그레인이 없는 세상이었다면 이처럼 선명하게 기억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두 사람은 그냥 한 번 다투고서 화해 후 넘어갈 정도의 사건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작중 선명한 기억이 계속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증거가 되는 세상이기에 리암이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집착하게 만들었고, 결국 리암의 가정은 파탄나고 만다. 또한 리암은 기억을 되짚으며 폭음을 한 나머지 폭력을 휘두르게 되었다. 이 기억은 당장 찾아올지 모를 회사의 입사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며, 잊혀지지 않고 리암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것이다. 뛰어난 기술 발달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비판하는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 동시에 드라마는 리암과 피온의 아이가 결국 누구의 아이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49] 결국 피온의 외도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남편이 자신을 위해 사 준 그림이 걸린 방에서, 매일 밤 남편과 잠드는 침대에서 육체 관계를 맺은 것이다. 피온은 리암에게 자신의 비행을 숨겨왔고, 도저히 속여넘길 수 없는 증거를 들이밀기 전 까지 거짓말만을 반복했다. 그레인이 없었다면 리암은 끝까지, 혹은 다른 문제가 곪아 터져서 더욱 참담한 결말을 맞기 전까지[50] 진실을 몰랐을 것이다. '만약 정말로 외도로 낳은 자식이었다면? 그런데도 그레인이 없는 세상이기에 리암이 아이를 평생 자신의 자식인 줄 알고 키워야 했다면?'과 같은 가정을 해 본다면 기술의 발달이 나쁘다고만 규정할 수 없는 것.
  • 이 외에도 그레인의 장단점에 대한 묘사가 여러 군데에서 비춰진다. 사생활이 보호받지 못하고 지시대로 기억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매우 큰 문제이나, 반대로 공항과 같이 철저한 보안이 필요한 곳에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도 사실이다. 생생한 기억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잊지 못하게 하는 저주일 수도 있지만, 남기고 싶은 소중한 추억을 보관할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고 친밀한 인사를 나눌 수 있지만, 저장된 기억을 뒤져서야만 떠올릴 수 있는 얄팍한 인간관계에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집에 돌아온 피온이 아이의 기억을 돌려보는 것은 집에서 직접 보살피지 못한 아이의 하루를 궁금해 하는 부모의 사랑이기도 하지만, 직전까지 친절하게 대했던 베이비시터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것일수도 있다.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화를 위해 판권을 구매했다. #
  • 사운드트랙 담당은 스튜어드 얼(Stuart Earl).
  • 이전에 남긴 기록을 보고 진실을 찾아간다는 점에서는 분위기가 영화 서치와 꽤나 비슷하다.

[1] 국가(노래)[2] 그러나 범인은 만만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각종 촬영 조건들을 요구했다. 극중에서는 극사실주의 영화를 표방하던 도그마 95의 촬영 원칙(세트, 인공조명, 음악, 카메라 고정기구 X)에서 따왔다고 언급되며, 당연히 CG와 대역은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3] 대충 2:8 정도에서 8:2로 역전되었다. 그리고 CG 합성 아이디어는 수상은 모른 채 아랫선에서 진행된 일이었고 뒤늦게 알게 된 수상은 불같이 화를 낸다.[4] 다들 TV를 보느라 4시 전에 공주가 풀려난 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즉 언론을 역이용하여 대중들과 정부를 기만하고 농락한 셈이다.[5] 본작을 처음 접하는 시청자들에게 블랙 미러가 어떠한 드라마인지를 확실히 각인시켜줄 만큼 임팩트가 강렬한 에피소드인지라 일부 시청자들은 이 에피소드에서 충격을 받고는 더는 시청하지 않거나 멘탈 때문에 보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 이후로는 수간 같이 하드코어한 소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옴니버스식 구성이기 때문에 건너뛰고 봐도 상관 없다.[6] 1500만 메리트. merit는 가치라는 뜻의 영단어로, 작중에서 돈의 단위로 사용된다.[7] 세면실이 존재하긴 하나 이것도 공용시설일 가능성이 있다.[8] 자전거를 밟는 명분은 전력 부족. 즉, 인력으로 발전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이 바퀴를 돌리는 정도로는 사이클링 센터의 조명이나 설비, 개인이 보고 있는 디스플레이와 거주실 가동조차 못 한다. 결국 발전은 핑계고, 사람들을 외부와 차단시켜 놓고 프로그램에 뽑혀 지겨운 일상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면서 기계 부속마냥 자전거만 돌리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디션 심사위원들 같은 상류층과 하루 종일 전력만 생산하는 하류층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9] 영어 속어로 레몬은 불량품, 하찮은 것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심슨 에피소드 중에서도 마지가 심리적 요인 때문에 차에 불만을 가지고 레몬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물론 뚱뚱하고 노란색 작업복을 입은 모습에서도 레몬을 연상할 수 있다. 중의적 표현인 셈. 심지어는 아바타로 등장한 뚱뚱한 이들을 샷건으로 쏴 죽이고 수류탄으로 터뜨리는 게임도 팔리고 있다. 사지를 쏴 절단하는 등 잔혹하게 죽일수록 포인트가 올라간다.[10] 만일 돈이 충분한 상태에서 비만이 되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빙의 1500만 메리트가 (한 푼도 쓰지 않을 경우)6개월치 노동을 조금 넘는다는 언급이 있는 동시에 이를 제외한 빙의 자산이 1만 정도를 오르내린 것을 보면 어지간한 포인트론 생활소비를 따라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 아주 짧게 지나가는 노동자 리더보드 최상위권의 자산도 1800만 메리트에 불과하다.[11] 이 마저도 일회용으로 구매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이어폰조차 싸구려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긴 일회용품으로 보이는데다 노동계층에게는 사실상 메리트 외에는 소유자산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12] 바깥에는 재배 농작물이 다 사라져서 이렇게밖에 구할 수 없다고 한다.[13] 방에서 광고가 나올 때 시선을 돌리거나 눈을 감으면 '다시 시청하세요'라는 말이 정말 거슬리는 고주파음과 같이 나온다. 반면 벽을 때려 디스플레이가 깨지고 그 조각으로 손등을 찌르는 등 자해하는 등의 위험행동은 감지하지 않는 그야말로 인권따위는 알 바 아니라는 듯 한 막장스러운 설계를 가지고 있다.[14]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형태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국내 오디션 프로들이 해외 오디션 프로들의 포맷을 따라한 것이고, 이 에피소드의 핫 샷은 오디션 열풍의 초기작 중 하나인 디 엑스 팩터를 풍자한 것이다.[15] 'Brother'라고만 지칭해 동생인지 형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넷플릭스 자막에는 형으로 나온다.[16] 이 포르노의 가격이 무려 1만 메리트나 한다. 야동 한 편이 정황상 거의 하루치 일당인 수준.[17] 남녀가 화장실을 함께 쓰고 있다. 여기서부터 기본적인 인권이 잘 지켜지지 않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혹은 미래에 성에 대한 수치심이 없는 사회가 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자전거를 타며 시청할 수 있는 프로 중 하드 포르노가 있으며, 별도로 이어폰을 장착하지 않는 이상 소리까지 스피커로 울리며 공개적으로 시청한다.[18] 이 에피소드는 빙이 초대 우승자로 보이는 셀마 텔스의 노래를 들으며 출근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본래부터 이 곳에서 그나마 진실된 것은 노래와 같은 예술뿐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모양.[19] 빙은 본래대로라면 티켓을 사도 몇백만달러가 남았어야 하는 부자였지만 이로 인해 재산이 1만 메리트도 남지 않게 된다. 작중 빙이 단순한 로드바이크 시뮬레이션을 켜거나 음식을 먹기만 해도 몇백 메리트가 줄어들고 광고영상을 음소거 하거나 스킵하면 천 단위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그리고 결과적으로 빙의 재산이 1500만 이하로 줄어들지 않았을 뿐 제자리걸음 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신세가 된 셈.[20] 그나마도 규정상으론 '쓰래기'인 지라 청소부에게 보이면 버려지고 만다. 그렇기에 애비도 하루밖에 못 갖고 있을 거라며 자조적으로 건네지만, 동시에 납작하게 접을 수 있으니 허리춤에 숨기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 팁은 이후 큰 역할을 한다.[21] 이때 한 여성이 자기가 먼저 왔다고 항의하는데, 이 여성은 나중에 빙이 출전했을 때까지도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에야 겨우 출전해서 노래를 부르지만 심사위원들에게 혹평만 받는다.[22] Compliance와 Cup을 합친 말이다. 즉, 컵에 담은 복종.[23] 어마 토머스의 'Anyone who knows what love is (will understand)'. 이 곡은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자주 나오는 블랙 미러의 상징 같은 곡이 된다.[24] 심사위원들의 반응 역시, 초반엔 애비의 노래를 극찬했으나 점점 단순히 '평균 이상 정도의 노래', '그럭저럭 좋지만 눈에 띄기는 힘들다'라는 평가로 떨어진다. 포르노 쪽으로 애비의 마음을 돌리려는 시도로 보인다.[25] 각자 자신의 좁은 방에서 시청하고 있는 중이고, 오디션장 관객석에 보이는 건 전부 도플이다.[26] 작 중 그나마 정상인으로 묘사되는 빙과 빙을 짝사랑하는 여자만 이 상황에 정색한다.[27] 이 때 심사위원들 뒤로 관객들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을 보면 언뜻 보기에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넓은 스타디움처럼 연출되어 있을 뿐, 이 무대 조차도 스크린에 둘러싸인 채 공연자의 무대와 패널들의 자리만 딱 들어가는 매우 좁은 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28] 광고 후 포르노 본편은 유료 결제로 제공된다. 다른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이 호텔방에서 유료로 결제하는 장면이 있는데 같은 프로그램이고, 거기서는 메리트가 아닌 파운드화로 결제한다. 두 에피소드가 같은 시간대라면 본편의 메리트는 디스토피아 형식으로 관리되고 있는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사이버 머니 단위거나 다른 국가에서 쓰는 화폐일지도 모른다.[29] 심사위원들이 애비에게 가스라이팅을 할 때 약에 취하면 그만이라며 수치심 같은 건 신경쓰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마약에 취한 채 포르노를 찍는 것인지 광고에서 나오는 애비는 정신이 다른 데 가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게다가 빙이 디스플레이를 깨트렸을 때 노이즈 뒤에선 격렬한 성교중에도 촛점 없는 눈으로 노래를 반복하는 섬뜩한 장면까지 나온다.[30] 가장 먼저 출근해서 미친 듯이 페달을 밟고,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고, 남들이 자판기에 걸려 안 빠지자 포기한 음식을 빼와서 먹거나 양치할 때 치약을 극소량만 짜는 등.[31] 자전거 타면서 포르노를 보던 질 나쁜 남성만 별로라면서 야유를 한다. 다만 진짜로 마음에 안 들었다기보단 바로 옆자리에서 패달을 돌리던 빙이 그 자리에 선 것을 질투해 심술부린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무신경하고 무뚝뚝한 빙에게 계속 말을 걸기도 하고 이후 빙이 핫 샷을 통과해 일자리를 제의받았을 때 오히려 빙을 응원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이 사람 나름대로 빙을 친구로 여긴 듯.[32] 애비가 알려준 대로 바지 허리춤에 숨겨서 들여온 것. 음료 곽도 같은 방법으로 가져왔다.[33] 초반부에 힘들어하다 결국 청소부가 됐던 남자가 살이 더 찐 바람에 결국 바닥중의 바닥인 조롱 프로그램 출연자가 된 모습이 비춰진다.[34] 짧게 화면에 다시 등장하는데, 이전의 수수하지만 생기있던 모습은 이제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염색한 금발과 더러운 화장을 걸친 채 완전히 약과 육욕에 절어있는 창녀 그 자체로 전락해 버렸다.[35] 첫 절규와 달리 빙의 방송이 현실을 제대로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자극적인 소재를 통한 바이럴 방송+블랙유머 정도에 그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 누구보다 진짜를 갈구하며 기만자들을 증오했던 빙이지만 이제 그 역시 자본의 달콤함에 빠져 기만자가 되어 버린 것.[36] 오직 나무밖에 안 보이는 풍경과 과하게 선명한 새소리, 세로로 일정하게 분할된 창문 배경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건물의 바깥에서 비춰주는 씬은 확실하게 나오지 않지만, 창 밖의 날아가는 새들의 FPS가 현실 장면과 달리 설정 내의 3D 영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창 밖의 풍경이 기술적으로 합성된 영상인 것은 확실하다.[37] 핫 샷에 출연하기 전 애비가 만들어준 종이 펭귄과, 마지막에 자전거 생활을 벗어난 빙이 잠깐 바라본 목제 펭귄 인형이 이러한 사실을 암시한다.[38] 단 커피 한 잔의 가격으로 가능하다고 언급되는데, 영어권 국가에서 광고에 많이 쓰는 표현으로, "매일 마시는 커피 한잔의 가격으로" 이다. 즉, 커피가 한 잔에 4천원이라면, 1년 기준으로 약 140만원이라는 가격이 나온다.[39] 면접관은 2주 후에 인사과에서 리암의 기억을 살펴보겠다고 얘기하며 혹시 최근에 기억을 삭제한 일이 있냐고 묻는다. 회사를 나온 리암은 아까의 면접 장면을 수없이 되돌려 보며 합격 여부를 짐작해본다.[40] 이 배우는 이후 데이비드 테넌트 주연 <The Escape Artist>에서도 '리암' 포일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한다.[41] 조나스 앞에서 일부러 피온을 껴안고 뽀뽀하는 소리를 내는 등의 행동을 한다.[42] 자막은 비교적 점잖게(?) '못돼 쳐먹은 년' 정도로 표현했지만, '암캐'라는 단어의 원 뜻처럼 개년, 쌍년 정도로 심한 욕일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로 리암이 피온을 쌍년이라고 지칭한 게 아니라, 피온이 다른 남자를 만난 이유에 대해서 그냥 그럴수도 있지 않냐라는 반응을 보이니 "그래서 니가 '가끔'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는 쌍년이라고 말하는 거냐?"라고 비꼰 것에 가깝다. 즉, 심한 표현이었고 잘못된 말은 맞지만 피온을 지칭해서 "니가 쌍년이다"라는 뜻은 아니었다.[43] 화해한 후 두 사람이 격정적인 섹스를 나누는데 이는 그저 과거의 뜨겁게 사랑을 나눴던 기억의 영상이었고, 실제론 기억 재생 중의 하얀 초점 없는 눈을 하고서 무미건조하게 삽입을 반복할 뿐이다. 매우 소름끼치는 장면.[44] 베이비시터는 불편해 하며 여기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하지만, 리암은 자꾸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때 조나스가 이전에 던진 시시껄렁한 농담 중 하나를 받아치려는 의도로 'pedophile babysitter(소아성애자 베이비시터)'라고 운운하는 리암의 목소리가 나오고, 분위기가 더욱 나빠진다.[45] 당시 조나스와 함께 있던 여성 파트너는 앞서 누군가에게 그레인을 강도당해서 없다고 언급이 된 그 여자다.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기억 칩이 없어 현장을 보여줄 수 없다고 하자 곧바로 무시당한다. 장난 전화, 허위 신고 및 무고는 항상 치안 유지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골치아픈 문제이며, 회사와 공항에서 당연하게 기억을 검사하고 그레인이 없다는 말에 다들 놀라며 거의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하는 세상임을 감안해야 한다.[46] 리암이 이처럼 행동한 것은 그와 피온 사이의 관계에 집착했을 뿐 더러, 전날 조나스가 던진 음담패설성 농담중 자신이 현재의 여자를 두고 옛 연인의 기억을 그리며 자위나 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피온이 예전에 일주일 정도만 만났을 뿐이라던 옛 남자가 조나스임을 알게 되었고, 그 기간이 일주일, 한달, 반년으로 점점 늘어나면서 잠시 스쳐간 관계가 아니라 상당히 깊은 사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그래서 술까지 거나하게 취하자 쳐들어가 내 아내 기억으로 딸치면 죽여버리겠다며 피온의 기억을 모두 지우게 한 것이다.[47] 지금 걸음마도 못 뗀 둘 사이의 아이가 잉태되기에 딱 맞는 시기이다.[48] 리암은 '고작 10분 정도 나갔던가?'라며 성질을 내지만 사실은 이때 5일이나 연락도 없이 집을 비웠다고 한다.[49] 마지막까지 리암에게 기억을 숨기려 하고 변명하는 피온의 태도는 마지막 선을 넘기 전에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도, 혹은 정말로 피임조차 하지 않았다는 추악한 진실을 숨기기 위한 마지막 발버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리암의 허무한 표정 역시 이렇게까지 되어 버린 자신과 피온의 관계에 대한 슬픔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결국 피임을 했다는 것조차 거짓말이었고 지금까지 자신의 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로 조나스의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이 더해진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50] 그레인이 없었더라도, 리암은 피온과 조나스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느꼈다. 비록 그레인이 없다면 리암이 자신의 기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객관적인 증거로 캐묻기 힘들었을 것이고, 피온의 말에 넘어가 표면적인 화해를 했지만 과연 이대로 불화가 종식되었을까? 리암의 말 대로 피온은 이미 겉으로 티가 날 정도로 조나스와 리암을 향한 태도의 차이를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