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Decamero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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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black><colcolor=white> 장르 | 액자식 구성 |
작가 | 조반니 보카치오 |
국가 | |
언어 | 이탈리아어 |
1. 개요
조반니 보카치오에 의해 저술된 르네상스 시기의 문학. 당대 산문 문학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지도를 가지고 있어 중고교 권장 도서 목록에 곧잘 등장하는 세계 명작이다. 단테의 '신곡(Divina Commedia)'에 빗댄 '인곡(Umana Commedia)'이란 표현도 이따금 볼 수 있다. '데카메론'은 보카치오가 그리스어 단어 δέκα(10)와 ἡμέρα(일)를 조합해 만든 말이다. 제목 그대로 액자 바깥 인물들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함께 열흘을 보낸다.2. 줄거리
중세 흑사병을 피해 피렌체 교외의 별장으로 피난 온, 남자 셋 여자 일곱 총 열 명의 귀족 남녀가 시간 때우기용으로 나눈 이야기를 모았다는 식으로 서술된 이야기이다.야설도 잔뜩 들어있다. 저술된 시기가 르네상스고 작가의 본업이 시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시집가던 공주가 여기저기 납치당해 떠돌면서 남자 여렷 거친 끝에 숫처녀 행세하면서 결혼하는 얘기라든지.
물론 기존에 살던 곳은 흑사병이 번지면서 개박살이 났기 때문에 첫날 첫 문단은 몹시 씁쓸한 분위기지만, 곧바로 이왕 피난 온 거 좋은 공기 좋은 물 있겠다 즐겁게 보냅시다! 하고 왕 게임을 시작한다. 이 왕 게임으로 매일 왕/여왕을 선출해서 무슨 썰을 풀지 고르는데, 분위기나 서로 치켜세워 주는 양상이 현대와 매우 닮아있다. 중세 시대도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유쾌한 작품이다.
2.1. 1일 차~5일 차
- 1일 차: 자유 주제(여왕)
- 2일 차: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이야기(여왕)
- 주로 남주 여주가 적당히 구르다가 목숨을 건지거나 예쁜 애인을 얻거나 하는 식이다.
- 3일 차: 꾀를 내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는 이야기(여왕)
- 재치나 기지를 부려 원하던 남자, 여자와 관계를 가지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수위가 높다. 후술할 영화도 3일 차에 제시된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 4일 차: 끝이 안 좋게 끝나는 사랑 이야기(왕)
- 고전 비극. 붙잡혀서 처형당하거나, 절망에 빠져 목숨을 끊거나 하는 결말이 주다.
- 5일 차: 시련을 겪지만 행복한 결말을 맞는 연인들(여왕)
- 2일 차처럼 주인공을 굴리진 않고, 로맨틱 코미디식의 우스운 상황이 많다. 시련보단 시련 극복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보면 된다.
2.2. 6일 차~10일 차
- 6일 차: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면하는 이야기(여왕)
- 이름 그대로의 주제. 중세인이 입을 어디까지 털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유쾌한 내용이 주가 되고 관능적인 묘사도 적다.
- 7일 차: 배우자를 속이고 멋진 애인과 즐기는 이야기(왕)
- 불륜물. 남편 눈앞에서 남편 모르게 허리를 흔드는 등 수위가 높은 묘사들이 등장한다.
- 8일 차: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여왕)
- 속임수에 당하거나 속임수로 상대방을 골탕 먹이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수위 높은 내용과 낮은 내용이 골고루 섞여있는데, 인과응보인 것이 대부분이다.
- 9일 차: 개망신당하는 이야기(여왕)
- 1일 차와 같이 자유 주제로 각자 재밌다 싶은 이야기를 한다. 모든 이야기들이 망신을 당하거나 속임수가 들통나 두들겨 맞거나 하는 이야기다.
- 10일 차: 높은 신분을 가진 인물이 관용을 베푸는 이야기(왕)
- 왕과 교황과 술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3. 평가
이탈리아 문학사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평가되며,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이행하는 시기의 사회적, 문화적 전환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산문 문학으로 여겨진다. 데카메론은 14세기 피렌체 공화국에서 발생한 흑사병이라는 참혹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10명의 남녀가 피신하여 10일 동안 서로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구성을 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 장치는 이후 수많은 프레임 구조(narrative frame)를 갖춘 이야기 문학의 전범이 되었다. 특히 다양한 계층과 인간 유형을 아우르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오락적 목적을 넘어 인간의 욕망, 지혜, 위선, 사랑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틴어 중심의 학문적 전통에서 벗어나 이탈리아 민중의 언어인 속어(vernacular)로 쓰였다는 점에서 언어적, 문화적 측면에서도 큰 전환점을 이룬 작품이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이 고도의 종교성과 철학성을 띠고 있는 반면, 조반니 보카치오는 보다 인간 중심적이고 세속적인 관점을 통해 현실 세계와 인간 본성을 조명하였다. 이는 후대 작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를 비롯해 유럽 전역의 이야기 문학에 지속적인 영감을 제공했다.
문학 양식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전환을 이룬 작품으로, 이야기의 리듬감과 유머, 서술자의 개입 방식 등에서 근대적 소설의 요소를 보여준다. 이러한 특징은 단순히 고전문학으로서의 의의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에도 다양한 해석과 재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 된다. 문학 외적으로도 데카메론은 인간의 도덕성과 사회 제도의 위선, 종교 권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사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되며, 자유로운 사유와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4. 창작물
- 1953년 조반니 보카치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RKO 라디오 픽쳐스 영화 <Decameron Nights>가 개봉했다. 휴고 프레거네시(Hugo Fregonese) 연출. 액자식 구성으로, 조반니 보카치오(루이 주르당 분)가 역병과 전란을 피해 피렌체를 떠나 시골을 찾았다가, 그곳에 짝사랑 중인 젊은 미망인 피아메타(조운 폰테인 분) 역시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택을 찾아가 피아메타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에 피아메타도 화답하면서 이야기들이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지는데, 이야기들 속 주인공들도 주연 배우들이 연기한다.
- 2017년 에피소드 중 하나인 "수녀원 이야기"가 <더 리틀 아워즈>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다. 알리슨 브리 주연.
- 2024년 8부작으로 드라마화되었다. 데카메론(드라마) 참조.
5. 여담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유럽에서 재평가받고 있다. 데카메론이 쓰였던 시기인 흑사병 사태와 다를 바 없는 오늘날 작품의 내용을 떠나 선조들이 팬데믹 상황에서도 긍정과 욕구를 잃지 않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며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 박흥용이 투엔티세븐지에서 1990년대 후반에 연재하다가 잡지사가 폐간되어 연중된 경복궁 학교는 현대판 데카메론이라고 홍보했다. 쇼핑몰이 무너져 그 안에 갇힌 남녀 여럿이 이야기하는 줄거리이다.
- 데카메론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마르그리트 당굴렘이 지은 단편 소설집 '엡타메롱(Heptameron)'이 있다. 스토리는 데카메론과 판박이로, 원래는 원작처럼 10일 동안 100가지의 이야기를 하며 끝날 예정이었으나 8일 차 스토리를 쓰던 차에 마르그리트가 사망해서 72편까지만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