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강철 재질로 만들어진 프라이팬. '카본스틸 팬', '강철팬', '탄소강 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쇠를 만드는 방식에는 주금과 단금이 있는데, 전자는 거푸집에 쇳물을 부어 굳혀 철(鉄)을 만드는 방식이며 후자는 철을 달궜다가 두드리고 식히는 과정 등으로 탄소의 함량을 높혀 강(鋼)을 만드는 방식이 있다.
무쇠팬(주물팬, Cast iron pan)이 주금으로 만들어진 반면, 강철팬(carbon steel pan)은 단금(단조)으로 만들어졌다.
2. 역사
강철 가공기술과 역사를 공유하기 때문에 정확한 최초 사용시점은 알기 힘들다. 다만 식당에서 상업용으로 쓰이게 된 것은 20세기 중후반부터이다.한국에서는 2010년대 이후 드부이에(De Buyer) 미네랄 비가 유명해지면서 '카본스틸 팬'이라며 예전에 한국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방식의 팬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전부터 강철팬은 한국에서도 널리 쓰여왔다. 예컨대 중식에서 사용되는 웍이 대부분 강철팬 재질로 만들어진다.[1] 웍이 아닌 일반 강철팬의 경우도 스테인리스 팬과 더불어 식당 주방에서 널리 사용해왔다. 이유는 웍과 비슷한데, 코팅팬은 코팅 수명 문제가 있고 무쇠 팬은 하루 종일 쓰기에는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3. 외관
겉표면을 만졌을때 까슬까슬하다면 대개 무쇠팬(주물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고 매끈하다면 강철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철이라도 표면을 매끈하게 갈아내는 Smithey, Stargazer, Butter pat, Field Company등의 메이커들이 많이 존재하며 심지어 개인이 고른 시즈닝 등 관리 편의상의 이유로 표면을 직접 갈아내기도 하므로 표면만 가지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논스틱 코팅이 없고 손잡이와 본체가 리벳 등으로 접합되어 있는 경우에도 강철팬일 확률이 올라가지만 이또한 예외가 존재한다.
간단하게 구분하려면 외형을 보는 게 가장 편하다. 일반적인 보급형 강철팬은 대부분 맨 위의 사진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즉 눌러서 만든 것처럼 생긴 몸체와 날카로운 가장자리, 그리고 리벳이나 용접으로 투박하게 접합된 얇고 납작하고 긴 손잡이가 달려있다.
사진의 것은 이미 사용중인 것이라 시즈닝 및 관리용으로 바른 기름으로 번들번들하지만, 공장에서 출하된 새것은 프리시즈닝이나 유통 편의를 위한 보호 코팅이 되어 있지 않는 한에는 별 광택도 없고 철물점에서 파는 물건마냥 쇠냄새가 나기도 한다. 전용 손잡이가 딸려오기도 하므로 그 부분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강철 스킬렛은 무쇠팬이 그러하듯 특유의 형태를 잘 벗어나지는 않으므로 한 번이라도 직접 접해본 사람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강철팬을 비교한 자료들을 봐도(예) 위에 언급한 부분들을 제외한 대략적인 외형은 거의 똑같은 것을 알 수 있다.
본문 사진과 예제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 저면이 좁고 벽의 경사가 상당히 완만해서 벽을 벽이라고 부르기도 힘들 정도라는 특징도 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가정용으로 보급된 강철 프라이팬들이 유럽식을 기반으로 한 것들이어서 동일한 특징을 따라가게 된 것.
크레페팬과 일반적인 프라이팬의 중간정도의 마치 접시같은 모양인데, 이는 유럽의 요리에 맞춰 발전해온 형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유럽 브랜드 제품, 또는 해당 외형을 답습한 타 브랜드 제품들의 경우 일반적인 형태의 프라이팬과 비교해 직경이 2~4cm넓은 제품을 골라야 예상했던 저면의 면적이 나온다. 이는 스펙상 직경이 작아도 실제로는 벽이 90도로 서있어 저면이 넓은 소테팬과 반대되는 특성이다. 그에 반해 아르헨티나 브랜드인 Darto의 강철팬은 소테팬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저면이 넓은 편이다.
그리고 각도와는 별개로 벽과 바닥이 완전히 각지게 구분되어 있는 제품이 있고, 웍을 눌러놓은 것처럼 완만한 커브로 처리된 기종도 있다.
벽의 각도나 벽-바닥면간 커브 처리 부분은 편의성이나 요리방식과 관련된 것이고 프라이팬으로서의 성능과는 별개의 영역이므로 개인 선호도에 따라 고르면 된다. 다만 전기레인지 사용자의 경우 경사진 벽을 이용한 요리를 본격적으로 하는 데에 어차피 한계가 있으므로[2] 소테팬처럼 생긴 것을 골라 써도 좋을 것이다.
4. 특성
주철팬보다 가볍고(그래도 스텐팬 정도의 무게는 있다), 예열과 불조절의 반응이 훨씬 빠르면서도 스테인리스 팬에 비해 시즈닝이 큰 어려움 없이 가능하여 늘어붙는 데에 스트레스를 덜 받아도 되는 것이 특징. 전체적으로 스텐팬과 두툼한 주철팬의 중간 쯤 특성을 지녔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그래서 스테인레스팬의 어려운 사용법에도, 주철팬의 무거운 무게도 적응에 실패해 수명이 짧은 논스틱 코팅팬만 평생 사용해온 사람들이 대안으로 많이 선택하기도 한다.
카본스틸 팬도 오븐에 그대로 넣는 요리를 할 수 있다보니 무쇠팬처럼 손잡이 부분이 대부분 좀 불편하게 생겼는데, 전용 실리콘 손잡이를 같이 제공하는 상품들이 있지만 범용 실리콘 철팬 손잡이를 사거나 녹지 않는 재질의 노끈 등으로 감아서 써도 되므로 꼭 그런 제품을 사지는 않아도 된다. 디자인 면에서는 물론 세트로 나오는 쪽이 압도적으로 미려하지만 가격 차만큼의 효용이 있을지는 각자의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5. 타 재질 프라이팬과의 비교
5.1. vs 스테인리스 팬
스테인리스 팬과 비교해보면 시즈닝이 되어있다는 가정하에 강철팬쪽이 훨씬 덜 눌러붙고, 눌러붙어도 주철팬처럼 철수세미나 철제 뒤집개 등으로 긁어주면 끝인데다[3], 예민한 사람일수록 신경이 쓰이는 스텐팬의 표면관리(물때자국, 갈변, 무지개현상, 흠집등등)에서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대신 산성이 들어가는 요리에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 이런 문제가 없는 스테인리스 팬은 사용법만 완벽하게 익히면 가정용 스킬렛 기준으로는 코팅팬처럼 하나만 가지고 온갖 요리에 대응할 수가 있는데 강철팬, 무쇠팬은 이게 어렵기 때문에 결국 논스틱 코팅팬이든 에나멜 코팅팬이든 스테인리스팬이든 서브로 뭔가 하나 더 갖다놓게 된다.
5.2. vs 무쇠팬
무쇠 프라이팬과는 특성이 유사하다. 즉 염분이나 산을 쓰는 조리 후 에는 가능한한 빨리 세척이 필요하고, 세척 후에는 반드시 가열건조, 건조 후에는 기름칠이 필요하다. 자주 쓴다면 매번 기름칠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시즈닝이 손상되었는지는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시즈닝이 벗겨지면 녹이 아주 잘 슬고 음식에서 금속 맛이 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가장 큰 차이는 무게와 두께이다. 두께가 1.5-3mm 정도로 일반적인 무쇠팬보다 훨씬 얇기 때문에 전기 쿡탑 사용시 너무 급히 가열하면 가운데가 솟아오르거나 불룩 튀어나오는 워핑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무쇠팬은 두꺼우니 이런 현상이 적고 열 보존도 더 잘 되지만, 그만큼 무겁다. 이 부분은 장단점을 서로 맞교환한 셈이다.
5.3. vs 논스틱 코팅팬
앞서 논스틱 코팅팬의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소개하기는 했지만, 모든 면에서 상위호환인 것은 절대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성에 대한 숙지 없이 무작정 구입했다간 돈만 낭비하고 다시 코팅팬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이는 강철팬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코팅팬만 사용해오다 다른 프라이팬으로 넘어가려는 사람에게는 재질과 관계없이 전부 해당되는 일이다.일단 코팅팬보다는 무겁다. 가볍다는 것은 두툼한 무쇠팬이나 일부 두꺼운 스테인레스 팬 대비일 뿐이다. 이걸 극복하자고 1.5mm급 얇은 제품을 사용하면 지나치게 빨리 달궈지거나 변형이 올 수 있어 역시 조심해야 한다.
또한 손잡이 형태가 불편하게 생겼다. 좋은 그립감을 위한 다양한 재질의 손잡이나 각종 코팅 등도 거침없이 사용하는 코팅팬에 비하면 단점. 강철팬이라고 물론 코팅팬과 비슷하게 생긴 손잡이를 달지 못하란 법은 없으나, 그러면 오븐에 넣기 힘들어지는 등 용도가 제한되니 결국 베이스는 똑같은 철판으로 만든 손잡이가 되는 것이다. 코팅팬은 애초에 논스틱 코팅이 오븐급 고열에 약해 그런 용도로 쓸 수가 없으니 작정하고 편의성을 택할 수 있는 것. 실리콘, 헝겊, 가죽 재질의 손잡이들이 시장에 존재하며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있으니 어느정도 대처가 가능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맞춤형으로 디자인되어 나오는 코팅팬 손잡이만큼 편하기는 힘들다. 다만 웍의 경우는 덩치가 큰 관계로 오븐에 넣기 힘들기에 손잡이를 양쪽에 달거나 나무 또는 실리콘 손잡이도 곧잘 장착하고 나오기 때문에 한결 나은 편이다.
그리고 시즈닝은 '어려운' 과정은 아니지만 아예 아무 것도 안해도 되는 코팅팬보다는 귀찮을 수밖에 없다. 또한 산성 성분이 들어간 요리를 아예 안 하지 않는 한에는 스테인리스등 다른 재질의 팬도 가지고 있어야 해서 코팅팬과는 달리 하나만 사놓고 모든 상황에 다 대처할수도 없다. 이런 문제들때문에 코팅팬이 시장에서 주류인 것이다.
그러나 위의 특성들을 숙지했고 본인 사용패턴에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면 별 문제 없이 매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며 실제로 그렇게 코팅팬에서 벗어났다는 사용자들도 아주 많다. 애초에 코팅팬 사용을 굳이 왜 중단해야 하느냐의 여부는 개인 가치관의 영역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편의성기준 모든 면에서 하위호환인 것까지는 또 아닌데, 코팅팬보다 훨씬 튼튼하고 수명이 길기 때문이다. 코팅팬은 대충 써도 모든 요리가 잘 되기는 하나, 코팅 자체는 열과 흠집에 취약하기 때문에, 바로 산 팬을 불에 너무 오래 올려놓아 태워먹었다거나 손님이 잘못된 요리도구를 써서 코팅이 일부 손상되었다거나 하는 사례는 매우 흔하다. 코팅팬은 아무리 조심조심 잘 써도 잘 해야 5년 정도가 한계이고 보통 2년 이내에 교체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무쇠팬 등 무코팅 철팬 종류는 적어도 이런 문제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우며 워낙 단순하고 튼튼하여 대를 이어 썼다거나 수십년 묵은 창고에서 발견해 복원해서 멀쩡하게 잘 쓴다는 사례가 허다하다. 오븐에 통채로 넣어 빵이나 로스트 요리를 하든지, 장작 바비큐에 올려 피자를 굽는 등 요리의 범위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덤.
6. 제품을 고르는 방법 및 유명 메이커들
강철팬으로 유명한 메이커로는 프랑스의 드부이에, 모비엘, 매트퍼, 독일의 터크, 페트로막스등이 있다. 주철팬의 유명 메이커가 미국에 많다면 강철팬은 유럽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한편 America's Test Kitchen에서 프랑스의 매트퍼 제품이 카본스틸팬 비교테스트에서 우승, 추천상품으로 선정되며 가성비로 본국인 프랑스나 유럽권보다 미국에서 훨씬 잘팔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런데 미국인들에게 강철팬은 아직 생소한지 아마존닷컴의 해당상품의 페이지를 보면 강철팬이라는게 뭔지, 어떻게 쓰는건지 물어보거나 알려주는 사람도 많다. 무쇠팬과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 및 관리해주면 된다는 조언도 많이 달린다.
롯지도 강철팬을 판매하지만 원래 주철팬이 주력이라 강철팬은 구색맞추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이다. 사실상 유럽메이커가 평정한 분야.
허나 제품을 고를 때 프리시즈닝 등 추가적인 특성이 들어간 제품을 살 것이 아니고 시즈닝을 입히는 데에도 본인이 익숙한 상태라면, 재질, 두께, 모양 정도만 보고 골라도 큰 문제는 없다. 꼭 고가의 유명 메이커 제품을 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 역시 무쇠팬과 비슷한 특성이다. 유독 대한민국 내에서는 특정 재질 프라이팬은 특정 (고가) 브랜드 제품을 사야 하는 것이 마치 국룰처럼 간주되는 바람에 부담없이 쓸 수 있다는 강철/주철팬 계열의 장점이 크게 희석되곤 하는데,[4] 적어도 추가 처리가 되지 않은 평범한 강철팬이나 주철팬에 한해서는 꼭 그렇게 해야 할 이유는 없으며, 유명브랜드 대비 절반, 1/3 이하의 가격에도 훌륭한 강철팬을 얼마든지 장만할 수 있다.
주방용품 전문 도매점이나 쇼핑몰에 가면 업소용 명목으로 강철팬을 널리 팔고 있는데, 거의 다 똑같이 생겼으며 스펙이 비슷하면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하면 가격 또한 아주 유사하다. 스펙이 같다면 실 제품에도 큰 편차가 없다는 특성상, 배송비만 감수할 수 있다면 직구로 해외 보급형 제품을 직접 구입해도 무방하다.
무게가 여전히 부담되는 경우 1.5mm정도의 얇은 것을 사도 되지만, 그만큼 빨리 데워지며 빨리 식는다는 특성을 꼭 숙지해야 한다. 특히 전기레인지 등에서 너무 강한 열을 갑자기 가하면 워핑 현상이 발생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철팬인데도 인덕션 사용 가능 표시가 없는 제품들이 있는데 대부분 이런 이유때문으로, 재질이 강철팬이니 사용 자체는 대개 가능하다.
7. 사용 방법
스킬렛이나 소테 계열의 경우 '가벼운 버전의 무쇠팬'처럼 사용하면 틀림없다. 무쇠팬보다 가볍고 빨리 데워진다는 당연한 특성만 알고 있다면 무쇠팬에 익숙한 경우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논스틱 코팅팬만 사용해와서 익숙하지 않은 경우, 코팅팬처럼 아무 것도 안 해도 음식이 알아서 잘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지 말고, 조리 전에 기름을 충분히 발라주고 조리중 조금 재료가 익었다 싶으면[5] 뒤집개로 바닥과 음식물을 떼어내듯 긁어주는 작업을 해주면 좋다. 그래서 얇고 단단한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뒤집개류가 널리 쓰이는 것이다. 코팅을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부드러운 조리도구로 살살살 다루는 습관이 있던 사람은 약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지만, 살살 쓰다 거친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니 크게 어렵지는 않다.
뒤집개로는 가볍고 계란이나 부침개류를 효율적으로 뒤집어줄 수 있으며 구석을 훑기 편한 각도가 적용되어 있는 '피시 스파출라' 종류를 철팬 이용자들은 즐겨 사용한다.(예) 꼭 동일하게 생긴 것을 사지 않아도 되며,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뒤집개면 대부분 편리하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프라이팬 세척 직전 눕혀서 긁어주면 음식물이 타면서 굳은 찌꺼기를 제거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6] 대놓고 직각으로 찍으며 긁어대지 않는 한에는 시즈닝이 손상되지 않으니 걱정말고 사용해도 좋다.
여담으로 이렇게 기름을 충분히 넣어주고 바닥을 긁어주는 액션을 취하니 당연히 음식이 안 눌어붙는거 아니냐며 코팅팬 대비 의미를 모르겠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제법 존재한다. 이는 개인 가치관의 영역이므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방식의 프라이팬을 사용하면 될 것이다.
8. 관리 방법
새 제품은 보통 유통과정 중의 녹을 방지하기 위해 멜라민이나 실리콘 등으로 얇게 코팅되어 있으며 구매 후 사용전에 한번 강하게 가열하여 코팅을 날려준 후 사용한다. 즉 시즈닝 이전에 코팅을 날려주고 검은 녹(사산화삼철)을 만들어주는 과정이 한번 더 있다.제품 포장지나 설명서 등에 첫 사용 전에 해야 할 일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꼭 참고하도록 하자. 업체가 권장하는 방식으로 최초 관리를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한 번만 끝내고 나면 관계없어지는 일이므로 포장지나 설명서를 굳이 보관하고 있을 필요까진 없다. 이후에는 시즈닝 항목에 설명된 대로 일반적인 관리를 해주면 된다. 이 시즈닝은 1군 발암물질인 그을음과는 다르다. 음식물이 눌어붙은 탄소 찌꺼기와도 다르다. 특히 후자는 시즈닝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이 그 부분에 더욱 눌어붙거나 위생상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제거하고 시즈닝만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
초기 시즈닝이 조금 불만족스럽게 되었다 해도 조리를 거듭하며 생기는 기름의 탄화피막에 의해서 코팅이 강화되니 걱정하지 말고 부침개나 계란프라이, 베이컨구이 등 기름을 사용하는 요리를 계속해보는 게 좋다. 각종 철 프라이팬 동호회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질문이 바로 이런 상황인데, 겉보기에 불규칙하게 시즈닝이 되었고 색깔도 얼룩덜룩한데다 기존에 사용하던 코팅팬대비 음식도 좀 더 눌어붙으니[7] 처음 사용해보는 입장에서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싶어서 질문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굳이 다시 하지 않고 그냥 그 상태로 요리를 해도 별 문제가 없다. 녹이 스는지만 잘 확인해주면 되고[8], 녹이 슬었다면 제거하고 곧바로 시즈닝을 다시 해주면 된다. 녹슨 팬을 방치해도 여간해서는 프라이팬 자체가 망가지지는 않지만 녹슨 팬으로 요리를 하면 음식맛을 망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잘 관리해준 시즈닝이 상할까봐 주방세제를 쓰지 말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도 많고, 반대로 세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위생문제가 있고 불필요한 탄소 찌꺼기가 쌓이기도 하니 수세미와 세제로 깨끗이 닦아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은 등 사람마다 의견이 크게 엇갈려 키배가 자주 나온다.
예전 비누류에 수산화나트륨(lye)이 들어가는 일이 제법 많았기 때문에 세제를 쓰지 말라는 것은 그 당시 기준으로는 정확한 조언이었으나[9], 일반적으로 주방세제에는 관련 성분이 들어가지 않게 된지 오래이므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주방세제때문에 시즈닝이 벗겨졌다고 생각된다면 거친 표면의 수세미로 지나치게 문질렀거나, 애초에 시즈닝이 제대로 안 된 상태일 수 있다. 그런 상황에 신경쓰기 싫다고 세척 없이 그냥 쓰면 위생적인 문제에 취약해지므로, 사용후에는 철제 주걱이나 수세미 등으로 육안으로 보이는 음식 찌꺼기를 잘 제거해준 뒤 주방세제로 가볍게 씻고 건조 후 기름을 발라주는 것이 좋다. 이 정도만 해줘도 요리중에 시즈닝이 저절로 보강되는 것을 감안하면 평소 국물요리, 산성요리, 끈적이거나 소금이 많이 들어간 요리를 자주 하지 않는 한에는 시즈닝을 완전히 다시 해야 할 일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이유로든 시즈닝이 손상됐으면 다시 해 줘야 하니 세척 후 육안으로 확인해주면 좋다. 바닥면에 울퉁불퉁하게 눌어붙은 탄소 층이나 끈적이는 오래된 기름성분이 남아있지 않고 시즈닝만 유지하는 것이 베스트.
이런 관리 작업이 물론 번거롭기는 하지만, 프라이팬 사용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정도의 단순한 일이다. 시즈닝과 상극인 요리를 늘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큰 문제 없이 적응 가능하다.[10] 한마디로 '어려움'보다는 '귀찮음'의 문제.
9. 관리 편의를 위한 파생 제품들
그러나 관리 난이도가 아무리 낮다 하더라도 시즈닝 관리라는 것이 결국 추가 노동을 필요로 하는 번거로운 일인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파생 제품들이 존재한다.9.1. 질화철 팬
질화철(nitrided carbon steel)을 사용한 강철팬 종류가 존재한다. 무인양품의 팬이 바로 질화철코팅 강철팬. 이외에도 상당수의 웍 종류가 질화철 방식을 쓴다. 이런 것들은 높은 확률로 표면에 폴리곤같은 불규칙한 패턴이 보이기도 한다.[11] 부식의 진행속도를 늦춰주고 표면 경도도 약간 향상되는데, 완전 면역인 것은 아니라서 시거나 짠 음식을 오래 담아두면 마찬가지로 녹이 슨다. 시즈닝을 결국에는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게다가 일반 강철팬과 달리 수명에 영향을 주는 문제점도 있다. 특정 조건에서 부식이 빠르게 일어난다는 것. 이를 salt pitting이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예컨대 아마존 재팬의 질화철 제품들 리뷰를 보면 짧게는 수 개월, 길게는 몇년 쓰다보면 프라이팬에 작은 구멍이 뚫린다는 보고가 다양한 제품에서 사진과 함께 올라오고 있다. 레딧이나 대한민국 내 요리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나오는 얘기이다.
일본의 질화철 프라이팬 제조사에서 직접 질화철의 표면(질화층)을 과자(...)에 비유, 충격에 의한 크랙이 발생할 수 있고 그 틈으로 염분이나 산이 침투해 크레이터 모양의 부식이 발생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결국 코팅팬처럼 조심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므로 강철팬의 장점이 크게 감소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요리후 방치하지 말고 바로 음식물을 옮긴 뒤 세척 후 기름을 발라주면 부식의 진행을 크게 늦출 수는 있다.
이는 질화철 고유의 문제이므로 질화처리를 하지 않는 일반적인 강철이나 주철은 이런 구멍이 생성되지 않는다. 아무 처리가 안 되어 있는 제품을 구입하면 되는 것이다. 구별이 어렵다면 아시아 브랜드 제품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시아권을 제외하면 질화처리된 강철팬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드물며, 특히 유럽쪽은 프라이팬 표면의 질화처리를 전혀 쓰지 않고 있다. 다만 서구권에서 제품을 구입한다 해도 해당 소매점이 아시아제 제품을 들여오는 경우는 있기 때문에 (주로 웍에 많다) 이런 부분은 주의해야 한다.
여담으로 일부 해외 브랜드의 경우 질화처리(nitrided) 제품 스펙에 마케팅을 위해서인지 "논스틱"이라고 애매하게 표현하는 바람에 해당 제품에 시즈닝을 멀쩡하게 잘 해놓은 사용자를 보고 테플론 코팅팬에다 엉뚱한 방식의 관리를 했다며 팬을 버리라는 식의 잘못된 조언을 하는 사례가 가끔 목격되어 안타까움을 낳기도 한다.
9.2. 프리시즈닝 제품군
재질에 손대는 대신 시즈닝을 미리 해서 나오는 제품들도 존재한다. 가장 번거로운 최초 시즈닝을 안 해도 되며 이후 자연스러운 사용으로 시즈닝이 보강되므로 추가금을 지불할 용의만 있다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표면 색깔이 코팅팬처럼 짙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공장제 시즈닝도 영구적인 것은 아니므로 결국 향후 관리는 동일하게 해줘야 한다. 그래도 시즈닝 이외의 차이가 나는 부분은 전혀 없으므로 일반 강철팬처럼 안심하고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시즈닝 원리는 같기 때문에 무쇠팬에도 비슷한 제품들이 존재한다.9.3. 산화처리 제품군
겉표면을 산화처리해(blued carbon steel) 출시하는 제품들도 있다. 표면이 좀 더 매끄럽고 녹에 강하지만 이것 역시 녹에 면역인 것은 아니고 음식이 눌어붙는 것을 막아주는 것도 아니라서 결국 시즈닝은 해줘야 한다. 매끄럽게 처리되어 나오는 기종의 경우 초기 시즈닝이 좀 더 어려운 단점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프리시즈닝 제품군처럼 초기 관리 부담을 줄여주고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일반 강철팬처럼 쓸 수 있기 때문에 나쁠 것은 없다.10. 여담
- 전기레인지로는 가정에서 웍 요리를 하기가 힘들다. 다만 해당 용도의 업소용 전기레인지는 존재한다.예
- 시즈닝이나 관리과정에서 프라이팬과 기름을 달구는 과정이 많기 때문에 미세먼지에 주의해야 한다. 요리 및 관리중에는 항상 환풍기를 잘 틀고 환기를 잘 시켜주는 것이 좋다.
- 내구성이 좋고 숯불, 장작불에도 잘 버티며 막 다뤄도 별 문제가 없으면서도 비슷한 특성의 무쇠팬보다 가볍기 때문에 캠핑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 식기세척기 사용이 어렵다. 쓴다고 팬을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즈닝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고 조금이라도 맨살이 드러나면 세척 후 식기세척기에서 대기하는 수준의 극히 짧은 시간에도 녹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에 궁합이 좋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실수로 넣은 경우에는 신속하게 세제와 물기를 제거해주고 녹 발생 및 시즈닝 손상여부를 확인해보자.
[1] 모든 웍이 다 강철 재질인 것은 물론 아니다. 구리, 스테인리스강, 코팅, 얇은 무쇠 등 다른 재질도 있다.[2] 웍과 비슷한 이유이다.[3] 스텐팬도 물론 가능하지만 은색으로 반짝거리는 표면에 흠집을 내고싶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또한 시즈닝의 부재로 온수에 좀 담궈놓든지 하는 추가 과정이 필요하다.[4] 강철팬은 D모 팬, 주철팬은 L모 팬 등.[5] 계란 프라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흰자가 다 익어갈 때쯤이 적합하다.[6] 육안으로 식별되는 울퉁불퉁한 찌꺼기들은 시즈닝이 아니며, 위생상 매번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7] 아무리 시즈닝이 잘 된 강철팬이라도 코팅팬보다는 음식이 눌어붙는다. 프라이팬 세계에서 완벽한 소재는 아직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8] 녹슨 자리는 붉은 색이 돌고 특유의 쇠 냄새가 난다. 공사 현장이나 철물점 등에 방청 처리 없이 방치된 강철 자재에서 나오는 바로 그 색과 냄새다.[9] 수산화나트륨은 철 주방용품에서 기름, 시즈닝, 음식물이 타서 늘어붙은 자국을 제거하는 결전병기이다. 그래서 고깃집 불판을 청소하는 데에 쓰이곤 했던 것. 중고로 얻어온 철팬을 새로 시즈닝하기 전에 청소하는 용도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중 하나가 바로 수산화나트륨 수용액 사용이기도 하다.[10] 보통은 그 용도로 스테인리스팬 등을 따로 보유한다.[11] 예. 다만 해당 처리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패턴이 없다고 질화철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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