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8-19 14:13:57

공작명왕

마하마유리에서 넘어옴
1. 개요2. 기원과 모습3. 대한민국의 공작명왕4. 대중문화 속의 공작명왕

1. 개요

공작명왕(孔雀明王)은 불교, 특히 밀교에서 섬기는 명왕이다.

2. 기원과 모습

불모대공작명왕(佛母大孔雀明王), 공작왕모보살(孔雀王母菩薩), 그리고 '공작왕'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원래는 인도의 신 마하마유리(महामायूरी, mahāmayūrī-vidyā-rājñī)인데, 인도 신화들이 불교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다른 명왕들처럼 편입되었다. 불모, 왕모 등 '어머니 모'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마하마유리는 본디 여신이기 때문에 여자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공작새는 본래 을 먹고도 해를 입지 않는 새로 알려져 있다. 옛 인도에서는 공작이 이나 독초를 먹고도 살아가는 모습을 신비롭게 보았고, 여기서 착안하여 공작명왕은 사람들이 겪는 과 같은 고통과 재앙을 소멸시키는 힘을 가진 존재로 믿어졌다. 따라서 공작명왕은 사람들의 병을 치유하고, 액운을 물리치며, 독사·독충·악귀와 같은 유해한 것들로부터 보호해주는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은 특성이 있다.

보통 관을 쓰고 일면사비(一面四臂)의 모습을 하고 금색공작새를 타고 있으며, 오른쪽 첫 번째 손에 연화(蓮花), 두 번째 손에 구연과(具緣果),[1] 왼쪽 첫 번째 손에 길상과(吉祥果, 석류), 두 번째 손에 5매의 공작우(孔雀羽, 공작의 꼬리 깃털)를 들고 있다. 보살상에는 팔이 둘, 여섯, 여덟인 것도 있다. 드물게 삼면팔비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일면사비. 명왕중에서 유일하게 분노의 상을 띠지 않으며 대부분 자비로운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푸른 연화대에 앉아 악마의 항복을 받는다고 한다.

《공작명왕경계(孔雀明王經系)》에서 한 비구니가 산에서 큰 검은 에게 발을 물리자 석가모니는 '불모공작명왕대다라니(佛母孔雀明王大陀羅尼)'를 설법하고, 그러자 뱀독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모든 병이 나았다고 한다. 이 경문은 이 다라니가 모‘독·두려움·재난·병고·마(魔)’를 없애고 널리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한다.

밀호(密號)[2]인 불모금강(佛母金剛)은 어떠한 재난도 깨뜨릴 수 있다는 상징을 담고 있으며 언급한 바와 같이 능력은 비를 내리는 능력과 모든 재액을 물리치는 것. 이 능력은 현실적인 입장에서 상당히 쓸만했기 때문에 공작명왕의 초상을 그려 모시고 법회를 열면 재앙이 소멸되고 비가 온다고 생각하였다.

3. 대한민국의 공작명왕

고려사절요》에 의하면 고려 예종 5년(1110) 4월 문덕전(文德殿)에서 국난을 타개하고자 '공작명왕도량(孔雀明王道場)'이라는 법회를 열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 시대 이후에는 공작명왕 신앙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불법을 수호하는 신장에 포함되어 신중탱화로 봉안되어 현재까지 미미하나마 명맥을 이어온다.

4. 대중문화 속의 공작명왕

명나라 시기에 쓰인 서유기에서는 사타동의 세 마왕붕마왕 퇴치방법 얘기 중에 언급된다. 천지가 갈라지고 태초의 신수인 들짐승의 왕 기린과 날짐승의 왕 봉황이 사랑에 빠져 낳은 태초 직후의 존재 중 하나로 붕마왕 운정만리붕의 누나이다. 공작이 막 태어났을때 남동생보다 더 성정이 사납고 악독해 천리 밖의 사람을 남김없이 잡아먹다가 우연히 깨달음을 얻고 금신을 얻은[3] 석가모니를 삼켰다. 뱃속에 있던 석가모니는 처음엔 뒤로 나오려 했지만 더럽혀질까 염려해 등을 가르고 나와 죽이려 했다. 그러나 과거불들이 자비로 만류하여 해치기보다 어머니로 생각하여[4] 불법으로 인도할 것을 권하였고 공작을 교화하여 불교에 귀의시켰다.

이 이야기를 들은 손오공이 "그럼 그 붕마왕 놈은 여래님의 외숙뻘 되는군요?"라고 놀리듯 말하자 석가여래가 급히 "그놈을 상대하려면 내가 나서야겠구나."라고 말을 돌리는 재미있는 장면도 있다.[5] 이후 주자국에서 새태세에게 황후를 빼앗기고 쌍조실군증에 걸린 왕이 병에 걸린 원인으로도 언급이 된다. 주자국 왕이 왕자 시절에 수컷 공작을 쏴 죽인 일이 있었다. 암컷이 슬퍼하며 공작명왕에게 청하자, 그 왕자가 왕이 되면 3년 간 짝을 잃은 슬픔에 잠기게 하리라고 한다.

만화 《공작왕》에서 원래는 빛의 천사였지만 빛에 핍박받는 어둠의 존재들을 불쌍히 여겨 천계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살육과 파괴에 회의를 느끼고 홀로 마계의 세력 전부와 싸워 이기고 다시 빛의 신으로 돌아와 모든 악을 멸하는 공작명왕이 되었다는 식의 설정이 있다.[6]

CLAMP의 《성전》에서도 공작이라는 이름으로 등장. 이쪽에서는 마족보다 못한 죄로 인한 태어난 존재로 나오는데, CLAMP의 그림체가 다 그렇지만 여신과 남신 두 쪽으로 다 묘사되어서 그런지 상당히 중성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 이쪽은 그냥 사실 이름만 빌려오고 설정 자체가 공작명왕이랑 아무 상관이 없다.

삼한습유에선 서유기에서의 내용을 차용하여 불모공작이 모자관계를 들먹이고선 항복을 요구하나 여래는 "부모가 악행을 하려는데 그걸 그대로 따르는 건 효가 아니다" 라며 쿨하게 무시하며 천라지망의 결계를 해제한다. 그런 상황에 공작은 분을 못 참고 부들부들거리다 그냥 날아가고, 이에 천군은 마군을 격파하면서 천마대전은 천군의 승리로 끝난다.

[1] 참외라고도 하나 확실치 않다.[2] 금강명(金剛名). 일종의 이명이라고 보면 된다.[3] 금신을 얻는다는 것은 죽음과 속박을 초월하여 영원한 생명의 차원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며, 세속적 오염을 벗어나 청정하고 불가침한 존재로 거듭난다는 뜻을 내포한다.[4] 출산처럼 몸 안에서 세상 밖으로 나왔기 때문[5] 붕마왕이 날갯짓으로 손오공의 근두운을 따라잡을 만큼 제법 강한 요괴이기도 했다. 이후 석가여래는 법력으로 붕마왕을 꼼짝 못하게 한 뒤 '내가 온 세상에서 받는 젯밥의 일부를 나눠주겠다.'고 회유해 그를 불교에 귀의시켰다.[6] 명왕들의 특성 자체가 원래 인도의 신에서 편입된 만큼 이전에는 악신이었다가 잘못을 깨닫고 선신이 되어 불도에 귀의했다는 설정이다.